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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중국호떡 장수

by bigmama 2010. 10. 15.

 

 

 

 

 

우리 동네에는 가끔 중국호떡 장수가 온다.

빠른 손놀림으로 밀가루 반죽에 흑설탕을 넣고 홍두께로 최대한 얇게 밀어

빵틀에 넣고 바삭~하게 구워내는데

기름기없이 구워내어 고소하고 담백하고 달콤한 맛.

 

담백한 맛을 좋아라 하는 나는 이 호떡 애호가이기에

이 호떡차가 눈에 띄기만 하면 언제나 한봉지 사들고 오는데...

 

가끔은 주차할 자리를 잡지 못해서 그랬는지 안보일 때도 있지만

찬바람이 슬슬 불기 시작하면 나타나서

겨울을 나고 봄이 지날때까지

도로 한귀퉁이에 차를 세워놓고 열심히 호떡을 굽는데

미리 구워놓질 못하기에

늘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곤 했다.

 

지난 봄이던가...

이 중국식 호떡차 옆에 찹쌀 호떡차가 와서 서로 경쟁을 하던 때가 있었다.

기름을 넉넉히 둘러 노릇하게 구워내는 찹쌀호떡.

어린 손님들은 찹쌀 호떡차앞에 줄을 서기 시작했고

나이든 손님들만 중국식 호떡차에 잠깐 들르던...

 

입맛이 세대따라 다르기도 하지만

그동안 손님이 붐볐던 중국호떡차는 손님이 뜸해지고

한동안 찹쌀호떡차가 손님을 다 끌어가더라.

 

두 호떡집의 경쟁 아닌 경쟁속에서

한적한 중국식 호떡차를 보며 내심 걱정스러웠는데

그나마 비좁은 도로에서 자리 차지도 힘에 겨웠던듯

중국식 호떡차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배회하더니 그만 사라지고

그뒤로는 한동안 찹쌀호떡차가 짭짤하게 장사를 했는데...

 

오늘,

늘 자리하던 그 자리에서 만난 중국호떡차.

고소한 중국식 호떡을 열심히 굽고 있더라.

어찌나 반가웁던지...

 

한봉지 사들며 조심스레 카메라를 꺼내어 호떡틀을 찍자

되려 옆에 있는 국화빵도 찍으라며 손짓해준다.

 

30대로 보이는 젊은 호떡장수 부부.

두사람 말없이 손짓만으로 의사를 교환하는...농아였다.

조용하게 수화와 눈빛으로만 대화를 하던.

 

견디기 어려운 고통속에서 절망도 많았으리라.

뜻하지 않은 신체의 장애가 얼마나 견뎌내기 힘든 고통이고 절망이었을런지...

장애를 극복하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그 부부의 모습은

너무 이쁘다.

 

비록 한봉지 호떡만 달랑 사들고 돌아서긴 하지만

그 부부에게 늘 희망만 함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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