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가는 이야기

언제 철들래?

by bigmama 2011. 1. 14.

 

 

 

 

나이를 먹으며 정서가 메말라 가는것을 느낀다.

비가 내리면 추레해지는 모습이 싫어서 외출이 꺼려진다거나

눈이 오면 교통 걱정이 앞서는 등...

현실을 먼저 생각하는 까닭인가?

낭만이나 멋이라곤 그져 가슴 한귀퉁이에 담겨있는 추억을 곱씹는걸로 대신한다.

 

유난히 감성이 많은 친구들을 유심히 보자면

하늘하늘한 스커트 입기를 좋아하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차 마시는것에 행복해하고..

무엇보다 여성성을 굳게 지키고 있다.

 

어느 팔십대 할머니.

늘 손톱에 메니큐어를 바르고

가끔 의상에 어울리게 하이힐도 신고

멋들어진 모자에 특이한 패션 감각.

 

반 평생을 서양나라에서 산 영향도 있겠지만

외모에 여간 신경쓰시는 폼이

대충 편하게 걸친 젊은 사람이 오히려 무안을 느낄 정도이고

얼핏 그 연세에 주책?이라는 생각도 들 법하지만

내보기엔 아주 사랑스럽다.

 

대화도 조심조심,사근사근...

행동도 조심 조심...

우리나라 대부분 할머니들의 모습인

둔탁하고 퉁명하고 무표정하고

남성보다 더 남성스런 모습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

 

낙엽이 뚝뚝 지던 작년 늦가을 언젠가

노란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도로를 운전하며 달리는데

가로지르는 차 옆으로 낙엽이 흩날리니

마치 자신이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인듯 착각되어 아주 행복했다던...

 

그 때를 회상하며 황홀경에 빠져 이야기하던 친구를 보곤 한 친구 왈~

"언제 철들래?? "

잠시 최면에 걸린듯 더불어 황홀경에 빠지려던 우리들은

죽비로 탁!! 내려치는듯한 일갈 한방에

다들 제정신으로 돌아오며 박장대소했었지만.

  

감성을 유지한다는 것,

나이에 걸맞지 않은 잔감정의 떨림으로

혼돈에 빠져 헤매이는 모습은 보는 사람도 부담스럽지만

 

젊었을때의 여리함은 간데없고

주름덕분에 더 억세어 보이는 나이 든 여인네가

고유의 여성성을 간직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에 동화된 모습은

인간의 본성을 보는듯 하여 아름답기 그지 없다.

 

혹여

철이 덜들어 그런거라면

나는 철들고 싶지 않다...

 

 

 

 

 

13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줌마들의 수다  (0) 2011.02.11
눈 높이   (0) 2011.01.21
신년 해맞이 축제  (0) 2011.01.01
가슴 떨리는 청첩장  (0) 2010.12.22
12월의 명동  (0) 2010.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