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가는 이야기

인생 여정...

by bigmama 2011. 5. 19.

 

 

 

 

집안 어르신이 치매때문에 요양 병원에 입원하신지가 근 일년이 넘었다.

그 분을 만나고 돌아온 날은 마음이 늘 묵직하다.

그 분이 안쓰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인생의 종반기를 체험하며 느끼는 많은 상념이랄까...?그런 것들 때문에...

 

아흔의 연세..

피붙이의 얼굴과 마주하면 화알짝~헤맑게 웃는 아기같은 얼굴이 되고

이내 반짝이는 눈빛이 되지만

그 눈빛과 웃음 속에서 빛바랜 서글픔을 본다.

 

희미해져가는 지난 세월을 확인하시려는 듯

물어본 말 또 물어보고,

물어본 말 또 물어보고...

돌아서서 오기 전까지 내내 묻고 또 묻고...

 

노년의 유일한 위안은 추억이라고 했는데...

추억조차 기억할 수 없는 노년의 끝.

기억은 단절되고...

감정은 서서히 상실되고...

 

눈 마주쳐 가며

즐거운 얼굴로 또박또박 답해드리면서도

이내 지켜보는 이의 아쉬움과 애닯음은 깊이 내쉬는 큰 숨 속에 잦아든다.

 

쾌적하고 안온하지만

고요한 침묵과 조용한 눈빛만 있는 곳.

휠체어의 조용한 걸음만이 오가는 곳.

투명하리만치 건조한 모습의 인간들.

결국 내 훗날의 모습....

 

미래를 생각해 볼 겨를없이 (아니,이런 미래는 생각하기조차 싫어서 외면했다)

현실에서 어지럽도록 바쁘게 지내지만

이곳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되돌아 나올 때까지,

내 노년의 막바지 세상을

아무런 사심없이 아무런 여과없이 투명하게 바라보며 체험한다.

 

인생 여정의 막바지 모습.

점점 순응하며 수긍의 마음이 되어 가면서...

 

 

 

 

 

 

32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버지와 아들  (0) 2011.06.02
아름다운 사람  (0) 2011.05.25
흘러간 시간  (0) 2011.05.06
가무락  (0) 2011.04.27
아줌마들의 수다  (0) 2011.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