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어르신이 치매때문에 요양 병원에 입원하신지가 근 일년이 넘었다.
그 분을 만나고 돌아온 날은 마음이 늘 묵직하다.
그 분이 안쓰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인생의 종반기를 체험하며 느끼는 많은 상념이랄까...?그런 것들 때문에...
아흔의 연세..
피붙이의 얼굴과 마주하면 화알짝~헤맑게 웃는 아기같은 얼굴이 되고
이내 반짝이는 눈빛이 되지만
그 눈빛과 웃음 속에서 빛바랜 서글픔을 본다.
희미해져가는 지난 세월을 확인하시려는 듯
물어본 말 또 물어보고,
물어본 말 또 물어보고...
돌아서서 오기 전까지 내내 묻고 또 묻고...
노년의 유일한 위안은 추억이라고 했는데...
추억조차 기억할 수 없는 노년의 끝.
기억은 단절되고...
감정은 서서히 상실되고...
눈 마주쳐 가며
즐거운 얼굴로 또박또박 답해드리면서도
이내 지켜보는 이의 아쉬움과 애닯음은 깊이 내쉬는 큰 숨 속에 잦아든다.
쾌적하고 안온하지만
고요한 침묵과 조용한 눈빛만 있는 곳.
휠체어의 조용한 걸음만이 오가는 곳.
투명하리만치 건조한 모습의 인간들.
결국 내 훗날의 모습....
미래를 생각해 볼 겨를없이 (아니,이런 미래는 생각하기조차 싫어서 외면했다)
현실에서 어지럽도록 바쁘게 지내지만
이곳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되돌아 나올 때까지,
내 노년의 막바지 세상을
아무런 사심없이 아무런 여과없이 투명하게 바라보며 체험한다.
인생 여정의 막바지 모습.
점점 순응하며 수긍의 마음이 되어 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