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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비오는 날 광화문 광장

by bigmama 2022. 6. 30.

내리던 비가 잠시 멈췄어도

금방이라도 폭우가 쏟아질 것처럼 검은 먹구름이 무겁게 내려앉아

후덥지근하고 꿉꿉한 날씨였는데도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발걸음은 무척 가벼웠다.

 

둔탁한 가림막을 걷어 낸 광화문 광장은 

어수선한 공사판의 모습이 되어서

미로 속을 헤매듯 급조된 인도를 걸어야 했다.

 

 

 

 

동아일보 앞에 당도할 때쯤 

잠시 소강상태였던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음식점에 손님들이 얼마나 많던지..

대기하고 있는 손님들이 많아서 조금이나마 빨리 자리를 내주려고

서둘러 식사를 하고 바로 나왔다.

 

 

 

 

점심 식사 후 주변 카페로 이동.

일 년여 이상을 만나지 못했던 친구가 오랜만에 참석하여

그간에 겪었던 집안일들을 차분차분 이야기하면서

그동안 아무런 소식도 없이 불참한 것에 대해 이해를 구했다.

 

급작스럽게 남편이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켜 

맘고생이 많았던 친구는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올케와 동서를 잃는 슬픔까지 겪었다고 했다.

 

 

 

 

내일을 알지 못하기에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면서

내일은 없다 생각하고 순간순간을 잘 지내자는 친구.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겪으며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더욱 깊어지고

많이 바뀌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늘 희망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친구였는데..

 

 

 

 

시간이 바쁜 친구 몇 사람은 먼저 귀가하고

남은 네 사람은 거리를 조금 걷기로 했다.

 

 

 

 

비 내리는 시청 앞 광장.

 

 

 

 

 

 

하나, 둘, 셋..

삼초의 묵념, 쉽지만 값진 추모입니다.

 

호국의 달 6월을 맞이하여

시청 글판에 올려진 추모 메시지 글이다.

 

 

 

 

옛이야기를 나누며 덕수궁 돌담길을 걷고..

 

 

 

 

우리들 발걸음은 저절로 서울 시립 미술관으로 향했다.

 

 

 

 

서울 미술관까지 갔지만

애초에 관람할 계획은 없었기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이곳에서 턴~!

 

 

 

 

 

 

광화문 글판에는

김춘수 님의 <능금>에서 발췌한 구절이 걸려 있었다.

 

놓칠 듯 놓일 듯 숨 가쁘게

그의 꽃다운 미소를 따라가면은

세월도 알 수 없는 거기

푸르게만 고인

깊고 넓은 감정의 바다가 있다.

우리들 두 눈에

그득히 물결치는

시작도 끝도 없는

바다가 있다.

 

 

 

바닥을 헤집어 놓은 세종문화회관 앞을 걸으니

현실감이 느껴졌다.

 

 

 

 

아름답고 경치 좋은 곳을 구경하고 다닐 때는

마치 꿈처럼,

현실감 없는 현실로 보여졌는데..

 

 

 

 

어지러운 공사 현장 속을 걸으니

진정한 현실 속에 있는 것 같아서

외려 마음에 편안함이 느껴졌다.

 

 

 

 

지하철을 타야 하는 친구가 있어서

광화문에서 버스를 타지 않고 경복궁역까지 같이 걸었다.

 

 

 

 

정부 청사의 높다란 담벼락에 기대어

활짝 꽃을 피운 능소화의 모습이 고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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