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은 유난히 긴 것도 같고 짧았던 것 같기도 했다.
단풍다운 단풍을 느낄 겨를도 없이 낙엽만이 무성했던 까닭이었으리.
붉은 물이 뚝 뚝 떨어질듯한 그런 싱그런 단풍을 갈구했건만
가을로 접어 들면서 심한 가뭄에 고운 단풍이 채 물들기도 전에 말라버려
쫙 핀 다섯 손가락이 아닌 온통 주먹 쥔 손뿐.
매번 산행에 나설 때마다 기원했건만
늘 아쉬움의 연속이었지.
올 가을의 산행은 참 애석하고 가슴이 아려왔었다.
그 처연한 아름다움을 보고 싶었었다.
유독 올 가을엔.
어쩌다 싱그럽고 투명한 핏 빛을 간직한 단풍 나무를 만나면
나는 환호성을 질러대며 주머니에서 똑딱이를 꺼내들고
우리 남편 잠시 멈추어서 그 시간을 지켜 주었다.
헐~ 그러나 저러나 실력이 없으니
무슨 수로 그 고운 빛을 담아내겐냐 마는
그래도...
08년 가을의 단풍은 이랬었노라고
내 창고 한 켠에 채워 놓았었다.
이미 사그라져 바람과 함께 가버린 08년의 단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