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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은 이야기207

광화문 월대 2023년 광화문 글판에 올려진 가을편 시는 신달자 님의 이다. 삼천 번을 심고 추수하고 다시 삼천 번을 심고 추수한 후의 가을 들을 보라. 극도로 예민해진 저 종이 한 장의 고요 바람도 다소곳하게 앞섶 여미며 난다 실상은 천년 인내의 깊이로 너그러운 품 넓은 가슴 나는(飛) 것의 오만이 어쩌다 새똥을 지리고 가면 먹물인가 종이는 습자지처럼 쏘옥 빨아들인다. 이런 넉넉한 종이가 있나 다 받아 주는데도 단 한 발자국이 어려워 입 닫고 고요히 지나가려다 멈칫 서 떨고 있는 초승달. 광화문에서 친구들을 만났는데 한 친구가 그동안 광화문 광장에 나와보지 못했다며 모처럼 광화문 광장을 걸어보고 싶단다. 귀갓길에 함께 광화문 광장을 걸었다. 분수가 물을 내뿜고 있고, 분수터널에 들어가면 물을 맞을까 안 맞을까.. .. 2023. 11. 7.
지금 한강은 정화의 시간..! 난 잠수교를 건널 때마다 늘 마음이 설레고 기대감에 부푼다. 과연 오늘도 행운의 기회가 있을까 싶어서..! 근데 또 행운을 잡았다. 잠수교에서 차를 세울 수 있는 주차공간은 딱 두대의 여유밖에 안되는데 이곳에 주차했으니 이 아니 행운이 아니겠는지..! 기쁜 마음으로 차를 세우고 한강을 구경하기 위해 하차하였다. 근데, 부푼 마음으로 잠수교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급 실망..! 한강은 온통 황톳빛 흙탕물이 출렁이고 있었다. 전날 비가 엄청 내렸으니 당연히 흙탕물이 흐를 텐데도 그건 미처 생각지 못했다. 한강은 늘 맑은 물이 흐를 거라고만 생각했던 이 단순함이라니.. 무겁게 지고있던 비를 흠뻑 뿌린 하늘은 아주 개운한 표정..! 비록 흙탕물이었어도 강바람이 그리는 무늬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오늘따라 차량 통행도.. 2022. 7. 25.
벌써요.. 벌써요.. 북한산 자락 한 귀퉁이에 코스모스가 활짝 피었습니다. 아직 삼복더위가 줄줄이 남아 있는데 어쩌다 차가운 기운을 느끼게 된건지.. 그러게! 세상으로 향한 안테나의 민감도를 조금만 낮추지 그랬니.. 2022. 7. 18.
도심에서 가을 즐기기 공사가 한창인 광화문 광장. 세종문화회관에 내걸린 공연 스케줄을 훑어 보는 재미도 있고, 공사 현장은 가림막으로 가려있고 사람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통행로만 개방해 놓았다. 가림막에는 광화문 광장을 배경으로 한 그림들이 그려 있어서 그나마 덜 삭막한 느낌. 시원스레 뚫려있던 양 갈래길이 반토막으로 줄어들어 출퇴근 시간대의 교통체증이야 안 봐도 비디오지만.. 새로운 광화문 광장의 모습을 기대하며 공사 중의 어수선한 모습도 광장의 역사를 담는 심정으로 사진을 찍었다. 썰렁했던 광화문도 들숨 날숨의 모습이 되었고, 수문장의 위용도 되살아났다. 간간히 한복을 입은 모습에서 느껴지던 일상 회복의 잔잔한 물결..! 경복궁 돌담길. 가을은 두 번째 봄이다.. 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노랗고 빨간 가을꽃이 활짝 피었다... 2021. 11. 5.
무지개 뜬 날 경기도 고양의 창릉천 주변을 산책하다가 행운처럼 무지개를 만났다. 야속하게도 구름이 무지개를 가려서 온전한 모습은 아니었어도 오랜만에 보는 무지개는 설렘이었다. 지인이 카톡으로 보내 준 사진엔 북악산 위로 이런 무지개가 떴다고 했는데.. 북한산 봉우리들은 오렌지빛 조명이 비추이는 듯 황금빛으로 환하게 빛났다. 한동안 산봉우리를 빛내던 석양빛은 서서히 세상 속으로 스며들고.. 무지개를 붙잡고 싶은 마음은 하늘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놓을 줄을 모르는데.. 해는 휘황찬란한 구름을 휘적이며 서쪽끝으로 갔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나를 곱게 물들이는 일 세월과 함께 그윽하게 익어가는 일 - 최윤경의 노을 中에서 - 해가 남기고 간 긴 여운을 헤집으며 나도 따라 총총..!! 2021. 8. 18.
매미의 탈피 이른 아침에 잠을 깨우고 가없이 긴 한낮의 무더위 속에서도 숲 속의 소슬바람을 느끼게 하는 매미소리. 매미의 합창을 들으며 북악 산책로를 걷다가 탈피된 매미 허물을 보았다. 더, 더 완전해지기 위해 탈피를 반복하며 자신을 완성시킨다는 매미 아니던가. 수년간을 어두운 땅속에서 탈피를 거듭하며 지내다가 마침내 마지막 허물을 벗어던지고 드디어 자유롭게 훨훨~~ 매미가 가슴이 터져라 하루 종일 울어대는 건 제 짝을 부르는 거라고 하네. 고작 며칠을 살기 위해 수년간의 인고의 시간을 견디고 세상 밖으로 나왔으니 밤낮으로 삶의 찬가를 불러도 부족할 듯.. 올해는 매미식구가 많이 늘었는지 합창소리도 크고 더 우렁찬 것 같다. 2021. 8.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