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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초,텃밭 이야기103

행복둥이 그동안 몇 번의 겨울을 함께 넘기며 이런저런 경험을 겪어온 다육이와 나는 서로에게 길들여진 덕분에 유난히 추운 올 겨울을 아주 순탄하고 편안하게 잘 보내고 있다. 이젠 얼굴빛만 보아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는 사이가 되었고, 표정만으로도 기분을 알아챌 수 있게 되었다. 길들인 것에는 책임감도 따르기에 밤새 안녕하였는지 살펴보는 것도 일상의 루틴이 되었다. 지난여름, 청초한 얼굴을 마구마구 피워 올렸던 나도 샤프란. 힘겨운 꽃 피우기를 끝낸 하얀 나도 샤프란은 산화한 꽃잎을 옆에 두고 재충전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12월 한 달 내내 불꽃을 피웠던 게발선인장은 우리 집 송년 트리였다. 봄을 기다리며 인내하는 모습이 이쁜 우리 집 행복둥이들..! 2023. 1. 6.
여름 지옥에서 다육이 사수하기 우리나라의 고온다습한 여름은 다육이에게 최대 위기의 계절이라서 여름을 맞이할 때면 걱정부터 앞서게 되는데 올해 유난히 덥고 습한 날씨 탓에 우리 집 다육이도 아픈 아이들이 여럿 생겼다. 초록색 융단 같던 금황성 잎에 검은 반점이 생겨서 처음엔 화상을 입은 줄로만 알았는데 병든 잎이 점점 늘어나길래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했다. 10여 년을 넘게 키웠어도 병치레 한번 없었던 금황성인데 곰팡이병이 생기다니 이게 뭔 일 이래니.. 아차 싶은 마음에 주변에 있는 다육이 잎을 꼼꼼히 살펴보니 다른 다육이에게도 곰팡이병 증세가 보였다. 부랴부랴 화원으로 달려가 약을 사다가 분무해 주고 열심히 선풍기 바람을 쏘여 주었다. 에어컨 실외기에 있는 아이들은 아주 건강하다. 행여나 잦은 비에 무름병이 올까 .. 2022. 8. 12.
다육이의 봄 날 우리 집 다육이의 봄은 조금 늦는 것 같다. 작년 같으면 이맘때 꽃이 한창 피었었는데 일찌감치 꽃대를 물고 있었어도 정작 키 클 생각을 안 하더니 요사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뽀얀 백분을 머금은 잎이 신비로운 백은무도 보랏빛 꽃을 피우고, 별 꽃 닮은 멘도사 꽃도 이제 막 한 송이 방긋~! 꼬집기 해주었던 할로윈은 자구가 바글바글 돋았는데,, 같이 꼬집기 해주었던 흑법사는 아무리 살펴봐도 자구가 하나밖에 안보이니 다시 꼬집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곰곰.. 연화 바위솔의 이 가냘픈 팔은 어떡할거야~~ 에어컨 실외기에 내놓은 다육이들은 상석을 차지한 덕에 불을 뿜듯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지난겨울 내내 진분홍색 꽃을 피어주어 기특했던 부겐베리아의 성글은 화분 속에 바위솔 한 포트를 사다가 심어 두었는데.. 2022. 4. 25.
옹기집 다육농원 다육이 분갈이를 하다가 마땅히 어울리는 분이 없어서 북한산성 쪽으로 가는 길에 보았던 다육 농원을 찾아갔는데 넓은 마당을 차지하고 있는 옹기그릇이 눈길을 끌었다. 깎아놓은 밤톨처럼 반들반들한 옹기가 어찌나 이쁘던지.. 이쁜 옹기때문에 귀퉁이로 밀려나 있는 다육이 화분들은 꼭 객 식구 같아 보였다. 아쉬운 데로 몇 개 골라두고, 혹여나 이쁜 다육이 화분이 있을까 기대하며 실내로 들어갔더니 의외로 온갖 장식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예전 같으면 욕심을 내었겠지만.. 그냥 눈 호강하는 것으로 만족. 다육이를 구경하려고 하우스 안으로 들어갔는데 농원이라고 하기엔 소박한 온실이었다. 이곳에선 이쁜 다육이도 옹기그릇에 밀린 느낌. 이 집은 바위솔 종류가 유독 많았는데 볼 수록 개성 있고 이뻤다. 넓은 마당이 있으면 한.. 2022. 3. 12.
다육이의 봄맞이 봄을 알리듯, 요즘 다육이들이 너도나도 꽃대를 마구 올리고 있는데 이제나 저제나 꽃이 피기를 기다리던 금황성이 드디어 꽃을 피웠다. 요염하면서도 깜찍한 이쁜 꽃. 야호~! 다육이는 꽃이 피는 속도가 느리다 보니 금황성이 꽃망울을 터트리기까지 근 한 달이 걸린 것 같다. 힘들게 꽃을 피운 만큼 시드는 속도도 느린 건 그나마 축복이라고 해야 할까.. 라디칸스도 메밀꽃을 닮은 하얀 꽃을 피우기 시작하고~ 이름 모르는 다육이도 황금종을 닮은 꽃이 대롱대롱 열렸다. 환희의 눈물을 머금은 후레뉴는 눈물겨운 봄맞이. 꽃대가 겨우 두개만 올라온 긴기아난의 황홀한 향기는 덤같은 축복. 긴 겨울 동안 근근이 목만 축여주다 보니 두툼하던 잎장이 쪼그라든 모습이어서 분갈이를 하기 전에 비쩍 마른 아이들은 저면관수를 해주고 있.. 2022. 3. 1.
다육이 겨울나기 모처럼 공기도 맑고 포근했던 날,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다육이에게 신선한 바람을 쏘여 주면서 오랜만에 핸폰 촬영을 했다. 다육이는 충분한 햇빛과 추위를 견딘 만큼 이뻐진다더니 울긋불긋한 색감이 단풍도 저리가라 할 모습이다. 너무 이뻐~~ 근 5년여동안 잎만 무성한 채 꽃을 피워내지 못했던 금황성이 언제 꽃망울을 맺었다. 십여년 넘게 키운 어르신이라서 그저 노쇠한 까닭이려니 했는데 어찌나 고맙고 반갑던지.. 귀여운 꽃망울이 금방이라도 배시시 웃으며 입을 벌릴 것만 같다. 이 아이들 역시 고맙게도 기나긴 추운 겨울을 잘 견뎌내고 있다. 그동안의 월동 경험으로 냉기가 스며드는 창가 가까이에 있는 다육이에게만 뽁뽁이 이불을 덮어주었는데 어느 한 녀석도 동사하지 않고 잘 견뎠다. 올 겨울에는 거실의 이중창도 바.. 2022. 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