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 수업을 마치고 무용 회원 몇 사람과 안국동으로 이동하여
간단하게 티타임을 가진 후 귀가하던 길.
정오를 지나면서 슬슬 내리기 시작했던 비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세차게 내렸다.
그야말로 양동이로 물을 퍼붓는 것 같은 그런 비였다.
우산은 상반신만 겨우 가려 주는 꼴이어서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도중에 이미 비에 흠뻑 젖은 생쥐꼴이 되었는데
혹시나 연꽃을 볼 수 있을까 싶은 기대감에
버스 타기를 잠시 미루고 조계사로 향했다.
마음은 처음 내려놓기가 힘든 것이니.. 암만..
경내에 들어서니 소담스럽게 피어난 분홍빛 연꽃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와우~~
기대감은 그렇게 환호로 바뀌고~!
넓고 푸르른 연 잎은 바다처럼 출렁였다.
연분홍 꽃은 바다를 잠 재우듯 안온한 표정..!
삭막한 도시 한가운데서,
지독한 가뭄과 뜨거운 햇살에도
어느 한 곳 상하지 않고 예쁘게 피었으니
보이지 않는 손길의 노고가 얼마나 많았으랴..
사정없이 내리붓는 비에
연약한 꽃잎이 견디기 힘겨운 듯
한 잎 두 잎 꽃잎을 떨구기도 했지만,
그래도 저마다 초연함을 잃지 않았다.
어쩜..!
나는 비를 흠뻑 맞고 있었는데
뭇사람들이 이 모습만 보면 내가 거짓말하는 줄 알겠다.
먼 걸음 나서지 않고도
연꽃을 볼 수 있는 행운을 선사해 준
조계사가 고마웠고,
요즘의 찜통더위를 피하게 해 준
소낙비가 고마웠고,
더군다나 바로 코 앞에서 만나는 연꽃이라
그리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조계사 경내는 그야말로 도심 속 연지..!
땡볕더위를 피하게 해 준 시원한 비와,
화사하게 피어 있는 아름다운 연꽃,
그리고 우연히 이곳을 찾은 나,
모두가 절묘하게 만난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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