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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충주에서 1박2일

by bigmama 2017. 8. 6.

 

 

 

작은 시누님의 충주집으로 아로니아 따러 가기로 했던 날.

새벽 일찍 출발하기로 했었으나

전날 끝낸 공사를 확인하느라 인부들이 들르기로 했기에

출발시간이 정오쯤으로 늦어졌다.

 

나홀로 충주가는 길.

피서철이라서 교통체증을 우려했지만

평일 낮이라서 그런지 다행이 고속도로는 한산했다.

 

한여름빛이 강렬하게 내리쬐는 고속도로를 운전하며 씽씽 달리다가

여주 휴게소에 들러

나홀로 여행의 기분으로 자유로움과 외로움을 동시에 느끼며

커피도 한잔 여유롭게 마시고..

그렇게 충주에 도착했다.

 

 

 

 

동네 어귀를 들어서니 비로소 시골에 온 것이 실감되었다.

푸르른 논을 본 적이 언제였던가..

 

 

 

 

 

집 앞에 있는 굴다리 안에 차를 주차시켜 놓고

100여미터가 조금 넘는 길을 걸어 올라 가는데

이번 폭우에 길이 모두 패인데다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길인 듯 아닌 듯 황폐하게 변해 있었다.

 

 

 

 

땡볕을 걸어가면서도 나의 동공은 연신 주변 탐색..

소담스레 밤이 맺힌 걸 보니 가을도 머잖은 것 같다.

 

 

 

 

하루 전에 이곳에 미리 와계신 작은형님과

이른 새벽에 내려오신 큰형님은 아침 나절에 아로니아를 한차례 따시고

한낮의 볕을 피해 쉬고 계셨다.

시누와 올케 셋은 그간의 밀린 이야기를 하며 반가움을 나누었다.

 

 

 

 

따가운 볕이 다소 누그러진 오후 늦게서야 중무장을 하고 밭으로 출동.

작년에 풀독이 올라서 혼이 난 경험이 있었기에 더욱 완강해진 옷차림을 하였는데

작은 시누님은 옷위로 모기약까지 마구 뿌려 주신다.

 

지난 4월에 다녀갈 때만 해도 언제 아로니아꽃이 피려나 했는데

그새 꽃이 피고 지고 까만 열매가 소담스레 달렸다.

반갑다 아로니아..튼실하게 잘 자랐네..

 

 

 

 

가지치기를 많이 해버려서

열매가 적게 달린 대신 알이 굵어 졌다고 한다.

작년에 한번 따봤다고 이번엔 제법 손놀림이 능숙해졌다.

 

 

 

정성껏 키우신 아로니아이기에도 정성스레 땄다..

 

 

 

 

간밤엔 어찌나 피곤했던지 밤하늘의 별도 못보고 골아 떨어졌다.

새벽 4시경에 일어나 밖을 내다보니 천지가 분간이 안되는 어둠 속이다.

동이 트기를 기다리며 커피를 마시고

이른 아침에 집 주변 산책..

 

 

 

 

싱그러운 아침 숲내음이 참 기분좋았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이슬의 촉촉한 감촉이 종아리에 느껴졌다.

대추도 실하게 익어가는 중..

 

 

 

 

30여분 정도 근처를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

 

 

 

 사마귀단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비몽사몽 중인 듯..

 

 

 

 

 

치과대학병원에서 정년을 마치신 고모부(시누남편)는 퇴임 후

이 산을 개간하여 나무를 심고 작게 텃밭도 가꾸기 시작했는데

이곳에 머무르지 않으니 관리가 쉽지 않으신 것 같았다.

 

그간 손이 딸릴 때면 가끔 사람을 사서 풀을 베기도 하셨다는데

이번 비에 잡초들이 완전 제 세상을 만들어 버려서

텃밭이 온데간데없이 잡초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해뜨기 전 윗밭에서 아로니아 따기.

어느새 밀려든 아침 햇살이 주변을 눈부시게 밝히기 시작한다.

 

 

 

모든 것이 느리게 흘러가는 시골인데도

어느 순간 갑자기 환하게 열리던 시골의 아침은 마치 기적을 보는 것 같았다.

 

 

 

 

 뒤이은 영롱한 빛을 머금은 아침이슬과

 

 

 

온통 연두빛 세상이 된 이른 아침 풍경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순간순간 새롭게 다가왔다.

 

 

 

벌개미취의 고운 자태 위로는 투명한 햇살이 쏟아져 내리고

 

 

 

길목마다 헌터가 쳐놓은 거미줄에도 아침햇살이 걸려 들었다.

아침 햇살이 따갑게 느껴질 쯤 우리의 아로니아 따는 작업도 끝났다.

시골의 아침 햇살은 너무도 강렬했다.

 

 

 

 

점심은 주변 음식점에서 맛있게 먹고..

 

 

 

 

 

일은 못했어도

일년 먹을치 아로니아를 두둑히 받아들었다.

 

나에겐 전원생활의 체험을 하게 해주는 고마운 곳..

땅의 순수하고 정직한 성품을 느끼게 해준 곳..

 

눈에 마음에 담았던,

소소하지만 아름다운 것들과 아쉬운 눈인사를 나누며

그동안 쌓인 마음의 짐까지 부리고

한층 편안해진 마음으로 일상으로 되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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