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詩香..文響..

부러짐에 대하여...정호승

by bigmama 2015. 2. 3.

 

 

 

 


나뭇가지가 바람에 뚝뚝 부러지는 것은

 

나뭇가지를 물고 가 집을 짓는 새들을 위해서다

 

만일 나뭇가지가 부러지지 않고 그대로 나뭇가지로 살아남는다면

 

새들이 무엇으로 집을 지을 수 있겠는가

 

만일 내가 부러지지 않고 계속 살아남기만을 원한다면

 

누가 나를 사랑할 수 있겠는가

 

 

……

 

 

 

만일 나뭇가지가 작고 가늘게 부러지지 않고

 

마냥 크고 굵게만 부러진다면

 

어찌 어린 새들이 부리로 그 나뭇가지를 물고 가

 

하늘 높이 집을 지을 수 있겠는가

 

만일 내가 부러지지 않고 계속 살아남기만을 원한다면

 

누가 나를 인간의 집을 짓는 데 쓸 수 있겠는가

 

 

 

 

 

 

'詩香..文響..'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참 좋은 당신- 김용택  (0) 2015.03.28
봄비는 가슴에 내리고 - 목필균  (0) 2015.03.13
우리가 눈발이라면..안도현  (0) 2015.01.23
가슴은...  (0) 2015.01.10
친구...법정  (0) 2015.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