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공사를 하게 되어 며칠동안 집안이 어수선했다.
다행이 대공사가 아니어서 그나마 천만다행이었지만
그럼에도 방바닥을 깨고 수리를 하는 게 여간 번거로워서 할 일이 많았다.
공사가 마무리 되던 날 밤.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느즈막히 밤산책에 나섰다.
늦은 시각이어도 편안히 걸을 수 있는 곳을 생각하다가
문득 생각나던 진관사였다.
가로등이 환히 켜있고
개망초가 흐드러지게 핀 아름다운 산책로를 걸었다.
불빛이 없었으면 이런 길이 있는 것도 모르고 지나쳤을 터이다.
아..이 길이 북한산 누리길이었네..
진관사 일주문을 지나고
곱게 꽃 피운 자리없이 잡초만 무성한 내 마음의 정원이로세..
숲 깊숙히 들어온 어둠이 나무와 풀들을 어루만지고 있다.
풀벌레의 여유로운 노래소리와
어둠 속을 흐르는 계곡 물소리는 한 편의 야상곡이었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소나무의 간결한 곡선미도 멋스럽기 그지없고..
어둠이 있어 별이 빛나듯
어둠속에서 더 맑아진 자연의 소리..
사찰 경내는 출입 금지..
산으로 올라가는 길목까지 갔다가 유턴..
자연의 소리에 오롯이 귀기울이며 걷던 밤..
지나고 보니 살아온 날이 참 꿈속이로다.
삶이란 게 의도하는데로 흘러가 주지도 않지만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답을 깨우치게 되는 때가 많은 것 같다.
꽃을 찍고 난 후에야 발견하고 깜놀했던 하늘소.
뉴스에서도 그리 달갑지 않은 손님이라고 했는데
요즘 북한산 주변에서 부쩍 자주 보인다.
개망초가 별처럼 빛나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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