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다음에.. 다음에.. 미루다가
급기야 만료일이 3일밖에 안 남은 걸 알게 되어
부랴부랴 인터넷 예약을 하고 다음날 검사소를 찾아갔다.
예전보다 절차가 많이 간편해진데다
예약제로 하다보니 바로 검사가 끝났는데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기가 왠지 서운해서
옆에 있는 하늘 공원을 산책하기로 했다.
네비에 물어보니 목적지까지 3분이라네.
공원 주차장을 찾아가다가
갓길에 세워진 차들을 보고 나도 따라 빈자리에 일단 주차하였다.
다행히 바로 앞차 차주 분이 계셔서 주차해도 되냐고 물어보니
오늘은 토요일인데요 뭘.. 그런다.
그럼 나도 이곳에..!
조금 걸어가니 반가운 구름다리가 보이고~
홀로 나선 길인데도 발걸음이 날아갈 듯 가볍다.
이 홀가분함이라니..
계단을 잠시 올려다보다가
맹꽁이 차를 타기로 했다.
날도 더우니 쾌적한 기분으로 올라가고 싶었다.
이곳에 올 때마다 맹공이 차를 타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더랬는데,
오늘은 오전 시간이라서 그런지 사람도 별로 없고 많이 여유로웠다.
편도 요금 2천 원.
마침 좌석 하나가 비어 있어서
1초의 기다림도 없이 바로 탑승.
덜컹덜컹 달리는 맹꽁이 차를 타고 가면서..
파노라마처럼 흘러가는 흐드러진 봄 풍경을 보면서..
겨우 5분쯤 탄 거 같은데
벌써 목적지 도착이라네.
여긴 코스모스가 한들거리던 꽃밭이었는데
어떤 꽃씨를 뿌렸을까..
억새의 터전인 하늘공원은 텅 빈 허공 같았다.
잠시 황망스러움이 스쳐 지나갔지만
이런 분위기도 나름 괜찮았다.
있으면 좋고,없어도 더 좋고..
무작정 걷다가 빈 그네가 보여
바로 앉았다.
그네에 앉으니 살랑거리는 바람결이 시원하고 보드랍게 느껴진다.
우연히 허락된 보물 같은 시간..
흔들거리는 그네에 몸을 맡기고 앉아 있으니
세상 편하고 좋았다.
꼬마 둘이 가까이 오기까지 한 30여분을 그렇게 앉아 있었다.
그네에 앉아 바라보던 풍경.
빈 들..그러나 꽉 찬 들..
발길 가는 데로 바람처럼 걷던 길.
출렁이는 억새가 없으니
전망대도 빈 둥지 같은 느낌..
희망의 2022년이라..
더도 덜도 말고,
매일이 설레이는 날이었으면 좋겠다..
이곳 전망대에서 바라 보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려나..
눈앞에 펼쳐진 세상은 꿈처럼 아름다운데
바람이 어찌나 거세던지 몸을 가누기도 힘들어서
핸드폰을 놓칠 것만 같았다.
난생처음으로 바람의 단말마를 들었다.
휘파람 소리 같으면서도 아닌,
두려움이 느껴질 만큼 섬뜩한 소리였다.
서둘러 전망대를 내려와 안온한 길을 걸었다.
겨우 계단 몇 개 내려온 것뿐인데
이렇게 다른 느낌이라니..
발 밑에 소담스레 핀 노란 민들레.
화사한 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으니
어느 누구도 눈길 주지 않는 민들레가 짠해 보였다.
얘야.. 세상은 음지가 양지가 되기도 한단다.
드디어 하늘 공원에서 만난 벚꽃.
이제 막 피어난 듯
부스스 잠 깬 얼굴이 고혹적이기보다는
오히려 청초하게 보였다.
산수유꽃 터널도 즐겁게 지나고~
다시 바람의 길을 걷고~!
시간을 보니 그새 두시간이 훌쩍 넘었다.
이제 내려가야지..하늘 계단으로..
하늘계단으로 가는 길은 벚꽃 터널이었다.
아름다운 길을 걸으면서도
모두들 마스크를 얌전하게 썼다.
하늘계단의 개수는 291개라고 함.
10계단 오르는데 1.4kcal가 소모된다는 글을 보면서
계단을 오르는 이들은 아마도 힘을 얻으리라..
생각지 않았던 산책, 정말 잘 하고 갑니다..
저어기 끄트머리 길가에
주차된 차들이 있는 게 확인되니
더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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