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 일산에 볼일이 있어 나갔다가
호수공원을 산책했다.
설날에 내린 눈이 소복이 덮여있는 공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 열심히 걷고 있었다.
눈이 말끔하게 치워진 산책로로 접어드는 순간
속도감이 느껴져서
마치 컨베이어에 올라탄 것 같은 느낌..!
꽁꽁 얼어붙은 호수.
교각에 그려진 여름꽃들에게서
느껴지던 따스한 기운.
컨베이어는 계속 돌아가고..
나는 주변을 구경하면서 노닥거리느라
자꾸 뒤쳐져만 가고..
어느새 호수를 반 바퀴 돌았다.
눈 덮인 호수는 너무나 눈이 부셔서 오래 바라볼 수 없었다.
모두가 한 방향으로 걷고 있는 길.
사람들이 부지런히 돌리는 컨베이어 위에서
나도 시계의 초침처럼 제 속도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속도를 맞추려 애쓰게 되더라.
안 그러면 뒤로 넘어질 것 같은 느낌이었달까..
홍학 한쌍이 다정히 서있는 곳에서
우린 켄베이어 산책로를 이탈하였다.
이탈의 이 편암함이라니..
붉은 장미꽃 한 다발이 꽂혀있는 항아리를
마음으로 받아 들고,
저 풍차도 돌아가는 날이 있는 걸까..
뜬금없는 생각도 하면서,,
내 눈에는 자작나무가 도열한 것 처럼 보이는 길을 걸으며
무한대 상상..
늦은 오후, 석양빛에 물든 수양버들 나뭇가지가
유난히 보드랍게 느껴졌다.
호숫가의 빈 그네에서 잠시 휴식.
말끔하게 단장된 평탄한 공원 산책로는
보기엔 편안한 것 같아도 실상 걸어보면 더 피곤하다는 걸
다리가 또 일깨워 준다.
흔들리는 그네에 올라타니 동심으로 돌아간 듯
순간 즐거워지고~
저녁은 양주의 메기 매운탕집에서.
이 집은 아낌없이 주는 미나리가 장점이다.
설 명절을 지내며 느끼해진 속을 다스려 준
메기 매운탕.
얼마나 열심히 먹은건지
대형 바구니에 수북이 담겨있던 미나리를
이만큼이나 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