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시내를 걷기로 하고 버스를 타고 안국동에서 내렸다.
자연 속을 걷는 것도 좋은데
가끔은 복잡한 거리를 구경하며 걷는 것도 재밌으니까.
딱히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마음 내키는 데로, 발 길 가는데로 걷기로 했다.
창덕궁 앞 돈화문로를 걷다가
눈에 들어 온 궁궐 담장.
호기심에 길을 따라가보니
궁궐 담장 옆으로 호젓한 길이 나타났다.
이름하야 난생처음 들어 보는 서순라길..!
도로변에는 조그만 상점들이 빼곡히 들어섰지만
문을 닫은 가게도 많이 보였다.
유독 한 가게 앞에 줄 선 손님들이 많아서
어떤 가게인가 궁금했는데..
아직 오픈 준비 중이었다.
아마 타코와 맥주로 유명한 젊은이들의 핫플인 듯..
서순라길을 따라가니 종묘가 나왔다.
종묘.. 참 오랜만이다.
종묘 앞 대로는 더 넓어진 것 같았다.
곧 행사가 열리는 것인지 아니면 막 끝난 것인지
천막이 즐비하게 설치되어 있었다.
종묘 앞 세운상가가 이런 모습이었던가..
왠지 길도 낯설고 건물도 낯설었다.
세운상가 옆 골목 풍경.
40년 전에도 이곳 계림 닭도리탕 집이 유명했다는데
지금도 영업하는 걸 보고 남편이 놀라워했다.
청계천을 내려다보며 걷다 보니 광장시장.
온 김에 광장시장도 구경하였다.
남편은 복잡한 건 질색하는 사람인데 내가 구경하자고 이끄니
아마도 코 꿴 소의 심정이었을 듯..
음식 냄새를 맡으니 급 허기가 몰려왔다.
무교동 낙지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이곳에서 육회와 빈대떡으로 저녁 식사를 대신 했다.
남편은 맨 입에 육회를 먹을 수 없다며 소주 한 잔 곁들이잖다.
식사 후 느긋하게 종로 길을 걸었다.
단성사가 바라 보이는 메가커피점에서
할매가 커피로 입가심.
종로 2가를 걷는다.
몇십 년이 지났어도 여전한 모습의 YMCA를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안국동 방면으로 우회전~!
이왕에 조계사도 들렀다 가야지.
어둠이 내려앉은 저녁.
조계사 경내를 밝힌 은은한 연등 불빛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무지개가 나뭇가지에 걸린 것 같은 황홀함..
부처님 탄생을 축하합니다..!
내친김에 송현공원도 둘러보았다.
부처님 오신 날을 주제로 연등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밤에 둘러보는 송현 공원은
더 고즈넉하고 더 아늑하고 편안하게 느껴졌다.
무턱대고 시내로 나와서
발길 가는 데로 걸으며 방랑했던 시간은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같은 자유로움이었다.
택시 타고 집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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