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려도 미처 쌓이지 못하고 다 녹아내리던 어제였는데
휴일 아침에 내다 본 세상은
밤사이 내린 눈이 소복히 쌓여 흰빛으로 가득하다.
바람도 뒷짐진 채 눈내리는 모습을 그윽히 감상했더냐
나뭇가지마다 소복히 얹혀있는 눈.
한결 고즈넉하고 푸근한 휴일 아침이네..
눈쌓인 산길을 훠이훠이 걷고 싶었지만
곧 떠날 여행 준비때문에 남편 혼자 산으로 가고...
새해들어
비교적 여유롭던 시간을 새로운 일정으로 채워 넣었더니
일주일이 무척 빠듯해졌다.
그 와중에 문상 갈 일도 많았고 집안 행사도 많았고 신경 쓸 일도 많아지고...
신경 쓸 곳이 여러 곳으로 분산되다보니
정신이 없고 마음이 복잡하고 바빠서
어쩔 땐 머릿속이 암흑이 되어 맹추가 되버린 것만 같은..
모임에서 여행 이야기가 나오길래
내 속으론 이 바쁘고 복잡한 와중에 왠 여행이냐..싶어서 불참까지 생각했었는데
이 여행이 오히려 나의 구원이 되는 셈이겠다.
일상의 복잡다단한 감정에서 벗어나
친구들과 함께 여행하며
맘껏 웃고 떠들고...그야말로 마음을 리셋할 수 있는...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며
심신의 안정과 여유로움을 되찾을 수 있는...
일본의 방사능 문제도 그렇고 양국간의 날선 감정 대립으로 인해
요즘 일본은 많이 불편한 여행지임에는 틀림없으나
짧은 여정으로는 안성맞춤인 여행지이기도 하여
일상탈출에만 그 의미를 부여하기로 했는데
여행가방을 챙기면서도
설레이는 마음 속 한곳에 도사리고 있는
이 복잡한 심사는 무슨 연유인가...
화요일에 2박3일간의 규슈 여행을 떠납니다.
편치않은 시기임에도 일본을 여행하는 많은 이들을 보면서
가끔은 흉을 보기도 했는데...
제가 그 대상에 끼게 됐네요..
내일은 바쁠 듯하여 한가로운 시간에 미리 인사드립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