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어느 아름다운 가을날이었던게지..
붉은 빛에 물기가 촉촉하여 생기있는 맑고 투명한 빛은 아닐지라도
비교적 곱게 그 빛을 유지하고 있는 마른 단풍잎...
무료한 시간에 책장에서 불쑥 꺼내 든 책을 펼치려니
툭.단풍 한잎이 떨어진다.
어..이게 뭐야...
단풍잎을 집어 책갈피에 도로 끼우고
책장을 넘겨보니
군데군데 아직도 고운 빛을 잃지 않은 단풍잎이 여러 잎이다.
책의 초판 발행일을 보니 1995.
책 정가는 5800원.
산뜻한 표지에 상큼한 잉크냄새가 배여있던 새 책은
그간의 세월로 누렇게 변해있는데
그 속에서 안락하게 숙면을 한 탓인지
단풍잎은 그 때의 모습과 빛을 제대로 유지하고 있다.
대충 헤아려봐도 최소한 15년 전의 단풍이었을터..
15년 전의 나는 몇 살이었던가...
한창 삶에 부대끼며 아이들 챙기느라 정신없이 지냈던 그 시절.
희망과 욕망이 난무하고 근심 걱정이 산이 되던 시절.
현실에 푹 파묻혀서 뒤도 옆도 안돌아 보던 시절.
그런 시절에...
어여쁜 단풍잎을 책갈피에 꽂을 수 있는 마음이 있던
그래도 꽃같았던 시절..
우연찮게 발견하게 된 단풍잎은
지난 시절의 나의 감성의 숨결을 느끼게 해준
큰 선물이었다.
단풍잎들은 다시 제 자리에 고이 꽃히고..
아마도 또 다시 숙면을 취하리라.
어느 먼 훗날..내 다시 찾게 되더라도
그 때도 이 빛깔을 고이 간직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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