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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산행 이야기

일선사를 오르며..

by bigmama 2015. 7. 20.

흐리고 습한 날들의 연속이다.

모임이 있어서 서초동에 머물고 있을 때 비가 내려서 좋아라 했는데

우리 동네로 오니 비내린 흔적도 없네..

 

토요일 밤에 내린 비는 내리는 둥, 마는 둥 했지만

요사이 참참이 흩뿌려준 비였기에 계곡에도 물이 있을 것만 같아서

일요일엔 오랜만에 평창계곡이 있는 일선사 코스로 산행했다.

 

 

 

 

 

 

 

 

속으로 들어서자 싱그런 내음이 코끝에 가득하다.

상큼한 풀내음..나무내음..

단비를 잔뜩 머금은 초목들은 초록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은..삶의 절정...

 

 

 

 

 

초록빛 물결에서 또 다른 바다가 보였다..

너울너울 물결는 파도같은 느낌..

 

 

 

 

 

계곡을 끼고 걷는 동안 어디에선가 물 흐르는 소리가 졸졸졸...

이제사 계곡이 그나마 몸을 적신 듯..

 

산속에 가득한 습한 기운은 몸과 마음을 한없이 아래로 가라앉혔다.

물소리에 힘을 얻어 보지만 천근인 몸이었다.

아후..너무 힘들어서리...

 

 

 

 

 

 

 

 

 

 

 

 

 

 

 

습한 날씨에 마냥 신난 이끼들은 바위를 연두빛 옷으로 갈아 입혔다.

내 힘들어도 이렇듯 다른 이에겐 축복이 되기도 하는 것을..

 

 

 

 

 

 

 

이 고개만 넘어가면 드디어 일선사..

 

 

 

 

 

가쁜 숨을 몰아쉬며 세상을 내려다 보았다..

연무에 덮힌 세상은 미동도 없이 그림처럼 고요하다.

고요한 세상과 마주하는 동안 이내 숨이 잦아들고...

뒤이어 찾아든 평안이 감미롭기까지 했던...

 

 

 

 

 

 

 

 

습하디 습한 산속은 바람 한점 없다.

저기압의 습한 날씨에다 그동안 산행을 멀리했던 탓인지

산을 오르며 유난히 가빠오는 숨이 마침내 고통을 자아냈다.

폐부가 터질 듯한..

아니, 찢어지는 것 같은 고통..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자주 쉬어야 했는데

날씨 탓인가..

체력 탓인가..

뜻밖의 경험이 어찌나 당혹스럽던지..

 

거친 숨을 내쉬며

아마도 가슴 깊숙이 가라앉아 있을지도 모를 앙금마저 다 뱉어냈을 듯..

수없이 많은 산행 중 이런 고통은 처음 겪었다.

한 여름날에 苦行이 된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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