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드는 날
- 도종환 -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빙하착(放下着)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곱게 단풍이 물들 날을 기다렸는데..
아직도 등등하기만 한 푸른빛이 부드러워지기를 하염없이 기다렸는데..
그사이 속절없이 잎은 지고..
이렇게 가을이 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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