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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꽃보다 아름다운 할머니

by bigmama 2017. 3. 17.

 

 

가게에 들어서니 화학품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이 무슨 냄새인가 싶어 가게 안을 두리번 거리다가

얼핏 눈에 들어 온 그림들..

 

 

 

그러고 보니 가게 한귀퉁이에는 이젤이 놓여 있고

쌍둥이꽃 두송이가 환하게 웃고 있다.

한창 그림을 그리고 계셨던 듯..

 

어머~ 그림 그리고 계셨네요..

와..잘 그리셨네요~~

내가 관심을 보이니 함박웃음을 지으시며 자신의 그림얘기를 해주신다.

 

 

 

곧이어 한폭의 서화에 눈이 머물렀다.

이 글은 입상하신 작품인데 글씨는 동생분이 써주셨단다.

알고보니 현재 시조협회 회원이신 작가시다.

 

 

조화를 벗어난 가지를 자를 때면

하늘이 깨어지는 아픔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고 보면 아픔도 씻기더라

 

새들이 노래하는 숲은 아니지만

세월을 뭉쳐서 한 분안에 심어놓은 다듬은 모습 속에서 어우러진 숲을 보네..

 

고통이 없다면 무중력의 인생이지.

비움과 내려놓음 반복된 훈련 속에 새로운 모양을 갖춘 또 하나의 분재인 걸..  

 

이하 중략..    >

 

 

 

 

그림에의 열정과 노력이 짐작되던 그림 공부 책과 공책들..

그동안 그림 그리는 게 좋아서 홀로 독학하며 그리다가

요즘은 선생님을 모셔서 배우고 있다고 했다.

 

 

 

 

 

동네에서 자그마한 금은방을 운영하시는 할머니와 안면을 익힌지는

어언 20여년이 넘은 것 같다.

 

오랜세월 안면이 있다보니 오다가다 마주칠 때면

서로 가벼운 목례로 눈인사 정도는 나누던 사이였고

아주 가끔 볼일이 있으면 들리는 상점 주인인데

오늘 시계 배터리를 교환하느라 잠시 들렀다가

아름다운 삶의 모습을 보고 감동받았다.

 

가게 안에는 그간의 자작 그림들이 올망졸망 전시되어 있고

탁자 위에 쌓여있는 손때묻은 시집과 에세이물들..

이젤과 물감이 묻어 있는 붓..

손님이 없는 시간에 가게 한켠에서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가게 안을 얼핏 둘러봤을 때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던 것들이었는데

어느 순간 눈에 띄인 그림 몇점을 시작으로 

모든 것이 확연하게 눈에 들어오는데

그건 뜻밖의 놀라움이었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으시는 얼굴에

해맑은 앳띤 소녀의 얼굴이 겹쳐졌다.

칠십이 넘은 연세에도 끊임없는 자기개발로 행복을 가꾸시는 모습..

진정 꽃보다 아름다운 할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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