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에 서울외곽을 산책하다가 잘 여문 설악초 씨를 받아 두었더랬다.
내년에 화분에서 튼실하게 키워 보겠다고
욕심아닌 과욕을 불태우며..
그러고선
봄이 되는 고 몇달 사이에 씨받아둔 것을 까맣게 잊고 지내다가
여름이 가까웠던 6월에서야 문득 생각이 나더라니.허 참..!
이렇게 늦게 씨뿌려서 한해를 어찌 살아낼 수 있겠나 싶으면서도
부랴부랴 심었더랬다.
그리곤 싹이 트기를 이제나 저제나 기다렸는데..
뿌린 씨앗수에 비해 형편없는 겨우 세그루?의 탄생이었지만
기특하게도 요렇게 싹이 돋았더랍니다.
근데 허리를 곧추 세우지도 못한 허약한 몸매로
넝쿨처럼 휘늘어지는 거야요..
이걸 받침대를 세워줘야 하나 어째야 하나..했지만
결국..
끔찍했던 폭염이 덮치는 바람에
아까운 생명들이 제대로 서보지도 못한 채 끝내 고사해 버렸다는.
꽃잎이 하얗게 빛나는 날이 되면
설악초 일생을 포스팅 하려고 담아두었던 일대기 사진은
그만 여기서 멈춰지고 말았다.
며칠 전,
씨를 받았던 곳에 갔다가 하얗게 핀 설악초를 보았다.
이렇게 화분에서 이쁘게 키워보고 싶었더랬는데..
한창 씨앗이 알알이 맺히고 있었지만
차마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