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자리잡은 화원 앞.
이 많은 국화꽃을 피우느라 소쩍새가 참 많이 울었겠다..
노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국화앞에 앉아서 코를 박고 국화향을 맡고 있다가
뜻밖에 나를 내려다 보고 있는 란타나와 조우하게 되다니..
몇해전 안국동의 어느 음식점에 갔다가
정원에서 처음 보았던 란타나였는데
늘씬한 체구에 우산을 펼친 듯 풍성한 잎과 오색찬란했던 꽃색깔에 뿅~가서
그만 한눈에 반해 버렸던 꽃이다.
나중에 화원에 가면 한분 데려와야겠다고 생각했으면서도
눈에 안보이니 그만 잊고 살았는데
화원에서 이렇게 떡! 만났으니 지금이 바로 시절인연 인게지..싶어서
한 그루 데려왔다.
집에 데려온 란타나는 다음날 바로 분갈이를 하여
더 큰 화분으로 이사시켰다.
화분 바깥으로 뿌리가 어찌나 많이 자라나 있던지
큰덩치를 분갈이하느라 애를 먹었는데
뿌리를 많이 다쳐서 아마 몸살이 심할 것 같네..
부디 잘 이겨내기를..
덕분에 다른 몇몇화분들도
함께 분갈이를 하느라 종일 화분과 씨름을 했다.
이왕 손에 흙묻힌 김에..!
란타나는 꽃이 피고 지는 동안 칠곱번 꽃색깔이 변해서
칠변화라고도 불린다고.
처음엔 노란색이었다가 주황색이었다가 빨간색으로 변하는..
그렇게 변하는 동안에 꽃잎에 그라데이션을 이루는 모습이 너무 이쁜 꽃이다
란타나는 가시가 있는 것도 모자라 식물 전체에 독까지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깻잎닮은 순박한 잎사귀에서 폴폴 풍기는 허브향은
엉뚱하게도 상큼한 오이향을 닮았더라니..
란타나는 칠변화라는 별칭이 억울했던지
아이러니하게도 꽃말은 엄숙,나는 변하지 않는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