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 어느날,
화원에 꽃구경하러 갔다가 앙징맞은 다육이 하나를 데려왔다.
여리한 꽃대에 꽃 한송이가 핀,
막 부화장에서 알을 까고 나온 병아리같던 새끼 흑법사였다.
여리여리한 줄기에 피어있는 검정색 꽃 한송이가
방실방실 웃고 있는 얼굴과는 다르게 이름은 무시무시한 느낌.
다육이스럽지 않은 외모는 마치 검은색 국화꽃같았다.
흑법사가 멋지게 잘자라면 이런 모습이 됩니다.
흑법사의 정식 이름은 <아에오니움 아르보레움>.
부르기도 어려워요~
고향은 모로코.
이렇게 여러개의 얼굴로 키우고 싶어서 방법을 알아봤더니
맨끝에 있는 생장점을 잘라내야 한다네.
일명 적심,다른말로 꼬집기라나..?
적심은 성장기에 해줘야 한다기에
성장기인 겨울이 될 때까지 그냥 자도록 내버려 뒀다.
흑법사는 여름이 휴식기라고 한다.
드디어 1월이 되고,
긴 잠에서 깨어난 흑법사가 왕성하게 성장하는 적심의 타이밍.!
(적심하기 전의 모습은 미처 사진을 찍어놓지 못했다.)
제일 이쁜 중앙의 여린 잎을 따내는 건 마음 아픈 일이었다.
그렇다보니 첫 꼬집기는 실패로 끝나고..
일주일쯤 후에 아예 치간 실로 제차 시도해서 싹둑~!
그리고 기다림..
드디어
쪼그만 얼굴들이 배시시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원래 두,세개 핀다는데 무려 다섯개의 얼굴이 나왔다.
어린 잎들은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실패가 가져 온 다산의 행복인가!~
그나저나
줄기 하나로 이 많은 꼬맹이들을 잘 키워낼 수 있을지..
흑법사 덕분에 소소한 꿈이 하나 생겼다.
이 어린 얼굴들이 이쁘게 가지를 세우고
멋진 수형으로 잘 자란 모습을 보는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