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제법 바람이 싸~하고, 어깨를 움츠리게 만드는 날들이 많아졌다.
예전엔 이맘때면 집안 분위기를 바꾼답시고
소담스럽고 정겨운 가을꽃들을 여기저기 늘어놓거나
침실이나 거실,아이들 방들을
가구를 뒤집어 엎어가며 재배치하기 일쑤였다.
아무도 없을 때 혼자서 이리궁리, 저리궁리해가며
가구들을 옮겨 놓았었다.
저녁에 귀가한 남편은 눈이 휘둥그레~~
아니! 어떻게 옮겼어??
흥~ 힘으로 옮기나? 이 머리로 옮기지~~ㅎ 그랬었는데...
(정말이지 그때는 무슨 힘으로 혼자서도 잘 옮겼는지 몰라...)
이젠 언감생심,
마음은 굴뚝같지만 실행하기가 엄두가 안나니 포기한지 오래고
맘먹고 바꿔보니 혼란이 와서 물건을 찾는데 애를 먹었다.
언제나 항상 그 자리에 그렇게 있는것이 일년 열두달 내내 인데
손에 익고 편안하니 오히려 낫지 싶네.
제법 톡톡한 옷을 걸쳐야 자연스런 자세가 나오고
포근한 느낌의 옷이 그립기에 슬슬 옷장 정리를 하였는데...
굳이 꼭 필요한 것도 아닌데 단순히 버리는 용기가 부족하여
지지하게 간수하느라 애쓰던 물건들이 너무 많았다.
구입할 때의 가치를 따지기 이전에 내 삶의 추억이고 흔적인 것들이기에
내 손때묻은 물건들을 쉽게 내동댕이치지 못하고
이 구석 저 구석에 차곡차곡 쟁여놓은 내 삶의 증거들.
때론 필요한 주변인들에게 주기도 했고
간간히 눈 질끈감고 용기를 내어 버리기도 했는데
참~ 이상하게도 버린 후에 꼭 필요한 일이 생기곤 하여
이내 후회와 아쉬움으로 가끔 속앓이를 할 때도 있었기에
혹여 필요하겠지 싶어 보관했지만.
젊었을 때보다 오히려 훨씬 간소화된 살림을 사는터라(일 벌려놓기 구찮아서)
예전처럼 소중하고 사랑스레 사용할 마음도 없으니
이제 과감하게 정리를 해도 좋겠다 싶은데
한 켠 마음에선 아직도 불안감이 고개를 드네...
에휴~~이런 남루한 욕심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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