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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잃어버린 정

by bigmama 2009. 11. 6.

 

 

버려지는 견공이 부쩍 늘었다는 기사를 언뜻 보았다.

그런 기사가 어제 오늘의 이야기만은 아닌데

한창이었던 IMF때와 달리 요즘도 성행하는 걸 보면

경제문제 때문인지,귀찮아서인지...


언젠가 산행하는 중에
등산로 언저리에서 까칠한 모양새의 앙상한 강아지를 만났다.
우리 뒤를 적당한 거리를 두며 쫄래쫄래 따라 오는데
갑자기 표변하여 사나워질까 두려워 난 조바심을 내며 조심조심 걸었다.

 

이런 산에 왠 개가 있는걸까??
먹이도 전혀 구하지 못할텐데...혹시 산 밑에 있는 음식점 개인가?...
아마도 길을 잃어 버렸거나 집을 잃어 버렸겠지.

 

버린다는 것, 잃어버린다는 것.
정든 물건의 손실에도 마음이 쓰이는데
따뜻한 체온과 그윽한 눈빛을 주고받은 생명과의 이별이란 얼마나 기막힌 것인지.

 

근 이십 여년을 강아지를 키워 왔었다.
마당에서 키우기도 하고 공동주택으로 옮겨와서는 집안에서 키우고.

내 손을 거쳐간 강아지들이 대략 여덟 마리.
그 중엔 다른 집으로 보내어지고, 잃어버리고...내 손으로 거둔 강아지는 세 마리였다.


결혼했을 때, 마당에는 삽살개 두 마리가 있었고
멀리 미국에서 지인이 데려온 치와와가 있었다.
집안에서 키우던,유독 나를 따르던 치와와는
첫애를 임신하자 극구 없애라는 친지들 성화로 남편 친구집으로 보내고,

아주 영리하여 시댁 집안 식구들이 칭송하던

마당에서 지내던 삽살개 모녀가 근 십 이,삼세의 나이쯤에 하나,둘 자연사하자
정성껏 청계산 자락에 고이 매장해 주었다.(지금은 절대 가능치 않은 일이다)

 

그러고 나니 집이 적막해서 안된다며
친지들이 다시 보내준, 어미 젖을 막 뗀 강아지 두 마리.
잡종이었는데 크면서 오동통하니 살이 쪄서 몽실몽실 아주 귀여웠다.
엉덩이를 흔들어 대는 모습이 어찌나 애교스러운지 귀염을 받았는데
어느날 두 놈 모두 홀연히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그렇게 사람 좋아하고 천방지축이더니
잠시 대문이 열린 틈에 빠져 나가 동네를 싸돌아 다니다
개장수에게 나포되었는지도 모른다.

집을 찾지 못하고 길을 잃어버렸는지도...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 시절에는 개장수들이 가끔 돌아 다녔다. "개 팔아요~ 개 팔아요~"하면서.
개장수가 나타나면 이 녀석들은 희안하게도 마당 한귀퉁이에 납작 엎드려 조용히 있었는데...
며칠을 골목을 헤매며 미친듯이 찾아 다녔지만 끝내 찾을 수가 없었다.
지금도 꼬리치며 안기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 후로 공동주택으로 이사를 오게 된후 몇 년간은 그냥 살았는데

시누이의 강아지가 새끼를 낳았다며 나에게 또 한 마리 선물.
요크셔테리아였는데 다 성장을 해도 몸무게는 1kg 정도밖에 안 되는 아주 작은 종이었다.


얼마나 깜찍하고 영악하게 구는지
"나는 이렇게 조그만 애완견은 별로야~"하는 남편도 아주 이뻐라 했는데
나와 아들들이 비염에 아토피가 있어서
집 안에서 강아지를 키우면 안되는 처지였지만 이미 정이 들데로 들어서
도저히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다.
그냥 이렇게 같이 사는거야....

 

하마 열 살 정도 되던 때인 어느 날,
세탁실 한켠에 먹고 남은 케익 상자를 놔두었는데
밤새 먹어댔는지...아침에 보니 눈을 뜬 채로 누워(?) 있더라.

아,,,그 케익은 쵸콜릿 케잌!
그때는 원인을 알 수없는 죽음이었기에 한동안 난감해 했었는데
쵸코렛을 과다섭취해서 심장마비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
한 동안 죄의식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그 뒤론 다시는 강아지를 키울 생각은 접었다.

 

내 손을 거쳐간 생명들에게...
생각해보면 아쉽고 많이 부족했던 보살핌 들이었기에
지금도 그 녀석들을 생각하면 짠하고 죄책감에 마음이 가볍지 않으니
간혹 이쁜 강아지들을 보게 되면
다시 키우고 싶은 마음이 슬금 슬금 올라오다가도
마음을 다잡아 포기하고 만다.
잃어버리고 난 후의 그 가슴 아림이 너무 견디기 힘들어서,

또 다시 반복해야 할 잃어버릴 정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큰 탓 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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