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피해를 남기고 떠난 마이삭보다 더 강력한 태풍이 온다고 했다.
이름하여 하이선.
엎친데 덮친 격으로,
맞은 데 또 맞게 될까 두려웠던 아픈 상처의 공포였다.
코로나로 옴짝달싹 못하는 현실 속에서
길고 길었던 장마는 수해를 입히고
급기야 태풍까지 한몫 거드니
정말이지 맘 편한 날이 없는 올여름이다.
온 나라를 만신창이로 만든 자연재해 앞에서
작은 가슴은 더 오그라 들고
존재의 미약함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던..
피해지역의 아수라장 광경을 TV로 지켜보다가
다소곳하게 비 내리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니
이건 꿈속이런가..
오늘은 커피보다 꽃차가 땡겼다.
노란 메리골드 꽃 다섯 송이 찻잔 속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호호.. 불어가며 한 모금, 두 모금..
국화과에 속하는 메리골드는 루테인과 지아잔틴이 풍부하여
눈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거리두기를 착실히 실천하다 보니
자주 눈 맞춤하게 되는 건 모니터뿐.
그러고 보면 괜히 메리골드 꽃 차가 땡긴 건 아니었네..
하이선은 지나가고..
거친 발걸음에 뭉개진 자국들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