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산에 갔었다.
잠시 잊고 지냈던 싱그러운 산내음이 몹시 좋았다.
내가 못와본 사이 혹여 달라진 것이 있을까봐
한층 다정한 눈 빛으로 이 곳 저 곳 기웃거리며
천천히 산을 올랐는데...
산밤은 이미 살을 찌우는 중이었고
소리없는 바람의 감촉에선 서늘함이 깃들어 있었다.
언뜻 눈에 들어 온 삶의 모습.
그 자연의 모습 앞에서,생명체의 본능 앞에서
나는 차마 발걸음을 뗄 수 없어
한참을 지켜 보았다.
누구를 가해자라 칭하고
누구를 피해자라 여길 것인가....
잠결에 들리던 밤낮없이 울어 대던 그 매미 소리에
어설프게 잠을 놓치고
내내 투덜거리기만 했던 내 옹졸함에
한순간 부끄러움이 일었었다.
서늘한 바람의 감촉!
왠지 마음이 가라 앉았다.
그 수선스럽던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사람들이 누군가를 그리워 한다면
그 시간은 아마 가을의 문턱에 서는 이 때 쯤일듯 싶다.
산사로 들어서는 입구에 철 늦은 나리 꽃의 자태를 보며
약수 한 모금을 마시고 산 아래를 굽어 보았다.
세상은 고요 속에 머물며 한가로운 구름과 더불어
마냥 평안해 보이는데....
그 속에서 잠시 벗어난 내 입가엔
알 수 없는 미소가 날린다.
저 세상은 실제 보이는 것처럼 그리 편한 곳이
아님을 알기에...
산은
이제 서서히 가을 채비로 치장해 갈 것이다.
가을 산은
더 고요하고 은근하며
더욱 편안해 지려니...
산행 중에 본 작으마한 생명체의 치열한 삶의 자욱들을
세삼스레 살펴보고
돌아 오는 내내 내 삶을 생각했던
참으로 뜬금없이 철학스런(?) 날이었다....
08년 어느 초가을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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