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휴일.
북한산 아래는 아직도 만추의 절정이라
만산홍엽의 막바지 가을을 볼 수 있을까 하여 북한산에 올랐는데...
왠걸..이미 단풍은 가랑잎되어 등산로를 뒤덮은 후였고
잎새를 모두 떨궈낸 나목들만 서걱거리는 바람결에 속절없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주에만 왔더라도 처연한 붉은 빛을 볼 수 있었으련만.
대성문에서 잠시 휴식을 하고 있었는데
한마리 고양이가 눈에 들어왔다.
오동통 살이 오른 것을 보니 필시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같은데
어떻게 이곳에 와있는건지...
일선사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등산객을 따라서 쫄래 쫄래 마실나온건지도...
이리 와~~손짓을 하며 불렀더니
말귀를 알아듣고 쭈뼛쭈뼛 내 앞으로 다가온다.
먹을거리를 주었더니 어찌나 잘 받아먹는지...그래도 경계의 끈을 놓지는 않더라.
난 고양이를 무서워하는데
이 고양이는 참 이뻤다.
이제 일어설 시간.
안녕~~하며 손을 흔들었더니 알아들었다는 양 제 갈길로 가더니
가다말고 뒤돌아 쳐다본다.
제 집이 있다면 아마도 제 집을 찾아 가겠지요..
이제 침묵으로 긴 겨울을 맞을 채비를 끝낸 북한산이다.
되돌아 오는 발걸음엔 아쉬움이 묻어 났지만
발밑에 바스락거리는 낙엽으로 위안을 삼은 산행이었다.
가을을 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