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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산행 이야기

일선사

by bigmama 2014. 8. 11.

어제 내려 준 비로 세상이 깨끗해져서

날씨가 너무 화창하고 좋으니

어제의 흐린 날의 산행 이야기가 좀 안어울리는 듯 하지만...

 

 

아주 오랜만에 북한산 산행을 하였다.

태풍 할롱의 영향으로 바람이 다소 거세긴 했지만

한낮인 오후 2시쯤에 나섰는구름이 낮게 드리운 날이라서

다행이 그리 힘들진 않았다.

 

올해는 비가 별로 오지 않아서 평창 계곡은 바짝 말라있다.

그간 잠시잠시 내려 주었던 비는 대지 위의 먼지만 잠재운 정도였으니

녹음이 농축되어 반짝반짝 윤이 나야 할 나뭇잎들은

다들 까칠한 모습으로

오랜만에 나선 내방객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한다.

 

 

 

 

 

 

 

 

바닥을 드러낸 계곡을 보니 나조차 심한 갈증이 느껴졌다.

이곳은 올 여름에 비다운 비가 전혀 내리지 않았거든요...

 

 

 

이 계단을 오르고 나면

물 한모금으로 목을 축이면서

지나온 저 아래를 내려다 보며 잠시 휴식하는 시간...

 

 

 

이름모를 꽃도 바람의 리듬에 맞춰 춤을 추고...

 

 

 

일선사 경내에 올라 세상을 굽어 본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대니

세상 가까이 낮게 드리운 구름은 마치 파도마냥 출렁거리며 뒷걸음질하고...

 

 

 

묵직하게 내려 앉아 있던 구름은

바람의 힘에 밀려 켜켜이 갈라지며

하얀 포말을 일으키고는 저 멀리로 떠밀려 갔다.

 

 

 

일선사는 바람도 비켜가는 듯,

처마끝에 걸린 풍경은 세파에 초연하다.

바람에 밀린 먹구름이 휘청거릴 때도

꼿꼿한 자세로 울음 한번 내지르지 않았다.

 

 

 

머리 꼭대기에서는

성난 바람에 걸리고 키 큰 나무들이 비명을 지르는데...

 

 

 

고사목에 터를 잡고 휴식 중인

버섯 가족의 나른한 휴식이

한가롭다...

 

 

 

바람이 구름을 저만치 밀어내자 하늘이 잠시 밝아지는 듯 했는데

바람을 뒤쫒아 다시 먹구름이 들이닥쳤다.

하산 길 끝 즈음에 후두둑 내리기 시작하는 비.

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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