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이틀 상간에 이렇게 분위기가 달라지네요.
꽤나 싸해진 공기가 몸을 움츠러들게 만들고
막바지 단풍은 낙엽되어 보도에 일렁거리는...
그 뒤로
성큼 한걸음 딛고 들어선 겨울이 느껴집니다.
가을 끝자락에 선 토요일.
마지막 단풍을 즐기기 위해 산성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 코스는 단풍나무가 많은 곳으로
몇 해전에 아름다운 단풍을 즐겼던 기억이 있던 곳이라서
조금의 망서림도 없이 이곳으로 향했는데...
가로수 잎들이 떨어져 수북히 쌓인 거리를 걸으며
북한산성 산입구까지 걸었다.
사그락 사그락..
발 끝으로부터 전해지는 느낌을 즐기며..
이런 낭만을 즐기려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였다.
초입의 단풍잎이 이미 오그라 든 것을 보니
맥이 탁.풀렸지만
그래도 혹시나...
산에서 사진을 찍을 때
제일 안타까운 것이 바로 이 전선줄의 까메오 등장이다.
뭐...
이 또한 바깥세상과 연결되고 싶은 인간의 소망의 모습이 아닐런지...
올라갈 수록 점점..혹시나가 역시나로...
생생한 단풍에의 미련은 접어 버리고
담담한 심정이 된 채 여운을 즐기기로 했다.
산성계곡에 주춧돌만 남아있던 산영루가 복원되었다.
산영루는
'아름다운 북한산의 모습이 물가에 비친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주황빛의 잔영이 남아있는 깊은 가을 속으로~
와우~드디어 만나다..
이미 사그라든 단풍 사이를 걸으며..
그 여운만 느끼며 아쉬워 했는데
촉촉하게 생기있는 단풍들을 만나게 되는 그 기쁨이라니...
나의 방문을 기다려 준 단풍이 어찌나 고맙고 사랑스럽던지요~
드디어 대남문에...
산 정상은 이미 겨울 맞을 채비를 모두 끝냈다.
홀가분한 모습의 나목들은 따사로운 가을빛에 졸고 있는 듯...
한가롭고 평온한 느낌이었다.
마치 호위하듯 보현봉을 에워 싼 단풍들은
그 빛을 잃지 않고 마지막까지 남아 있네요..
손을 내밀면 잡힐 듯,
말끔한 모습의 인수봉과
그 뒤로 보이는 파도처럼 출렁이는 도봉산.
모든 것 다 털어낸 뒤에야 자신을 내보이는 산.
가을 끝에서 비로서 산의 정갈한 본 모습과 마주한다..
따사로운 햇빛 속에서
향긋하고 따스한 커피 한잔을 두 손에 받쳐들고 그 온기를 느끼며
잠시 휴식...
보현봉..참 잘 생겼어요...
이제 하산~~
대략 12km 정도 걸었을라나..
지난 주에만 왔어도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 있었을거라며
내내 아쉬워 하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했건만
산을 오를수록 슬그머니 내려 놓을 수 밖에 없었던 기대감을
누가 눈치챈 것인지...
하산길에 마주한 단풍은
큰 기쁨과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다.
덕분에 즐겁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 가을의 마지막 산행을 마칠 수 있었던..큰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