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박물관에 모란이 활짝 폈으니
얼른 가서 구경하라는 친구의 카톡전언을 받았는데
일기예보에는 또 비님이 오실 예정이란다.
지난주에 모란꽃이 만개했다니
비님따라 가기 전에 만나봐야 했기에
무용강습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역사박물관으로 갔다.
박물관 뒤 후원이 언제 모란꽃길로 명명되었는지
이름표까지 달고 있다.
와우..아름다워라...
얼마만에 보는 모란꽃인지..
절정의 아름다운 때는 조금 지났어도 여전히 매혹적이었다.
모란꽃은 꽃중의 왕으로 부귀와 명예를 상징한다고 한다.
코를 가까이 대고 그 향기를 맘껏 취했다.
누가 모란꽃이 향기가 없다고 했는지..
예전에 살던 집에서도 모란을 키웠지만
왜 그때도 분명 맡았을 향기가 전혀 기억에 없는 것인지..
우아하면서도 향긋한 향..
비로소 모란향을 머릿속에 각인시켜본다.
모란꽃을 놔두고 쉽게 돌아서지지 않았다.
서너번인가를 왔다갔다 했다는.
꽃길거리가 너무 짧은 게 아쉬웠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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