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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충주 나들이

by bigmama 2016. 7. 31.

둘째 시누이 남편(작은 매형이라 칭함)이

정년퇴임을 하시면서 예전에 사두었던 산을 개간하기 시작했는데

어느정도 자리가 잡히자 자꾸 놀러오라고 하셨음에도

그간 차일피일 미루길 여러번이었다.

 

그러다가,

작년에 정성껏 수확한 아로니아를 보내주셔서

한해를 잘 먹었는데

올해는 아로니아를 따가란다.

 

글찮아도 올해는 꼭 가보려고 했었기에

아로니아를 핑계삼아 충주에 가게 되었는데

같이 가기로 했던 남편과 큰매형이 갑작스레 볼일이 생겨서

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굳이 가기로 했던 날짜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어서

서둘러 가게 되었는데,

남편은 당연 나도 안가겠거니 생각했던지

혼자라도 가겠다는 내 말에 좀 놀라는 눈치였지만

혼자 여행가는 것도 아니고 시누이 시골집에 아로니아 따러 간다는데야..

 

나홀로 장거리 운전은 처음인데다 초행길이라서

두려움이 없진 않았지만

그러면서도 설레이는 마음으로 출발~

 

 

 

 

 

처음 찾아가는 길이라서

일단 충주 휴게소에서 큰시누님을 만나 같이 움직이기로 했다가

시골집에서 가까운 대영cc 부근의 한 음식점에서 모두 만나기로 했다.

 

다행이 T맵의 도움으로 음식점을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이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고 시골집으로 go..

 

 

 

산이 이렇게 달라졌더라.

길을 내고 나무를 심고, 터를 닦고 정원석을 두르고 자갈을 깔고..등등

5년여 동안 쏟은 노고가 짐작되던 모습들.

 

 

 

듣기론 콘테이너만 달랑 가져다 놓았노라고 했었는데

막상 보니 나름 소박한 펜션같았다.

 

 

 

 

 

이야기를 나누며 커피타임..

 

 

 

이 길로 올라가면 안사돈어른의 묘가 있다.

한창 공사하는 중에 세상을 떠나시자

이곳에 자리를 마련하여 영면에 드셨는데

생전에도 우리 아이들을 무척 이뻐해 주셨던 참 좋으신 분이었다.

이곳에서 이렇게 뵙게 되다니.. 

 

소나무가 둘러쌓여 있는 산 위쪽에는 가족을 위한 수목장도 마련해 놓았다.

오래전에 돌아가셔서 얼굴도 못뵌 사돈어른이 이곳에 모셔져 있었고

아직 어린 소나무들이 2열로 줄나래비 서있다.

 

수목장터를 안내하며 니들도 이리와..라며 웃으시던..

죽음을 초탈한 듯한 둘째시누의 그 한마디 말이 미래를 생각하게 했다.

두려운 죽음을 이리도 가벼이 담을 수 있는 지혜라니..

나이 70이 넘으면 죽음도 거리낌없게 되는걸까..

 

 

 

진한 풀내음이 코끝에 향기로웠다.

구석구석 구경을 하고 다니느라 오르락 내리락 했는데도

비가 잠시 내려준데다 날이 흐려서 그리 덥게 느껴지지 않았다.

 

 

 

풀과의 전쟁이야기를 들으며 아랫밭도 둘러보았는데

정겹고 소담스럽게만 보아온 풀밭이 왠지 으시시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까만 열매가 달린 아로니아 나무.

우리가 온다고 휴일날 조카가 미리 내려와서 풀을 뽑는 등

아로니아밭을 말끔하게 해놓았단다.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잠시 내려 준 비로

이쁜 얼굴이 된 아로니아.

 

 

 

잘 자라고 있는 자두나무.

곳곳에 심어 놓은 나무들도 5년에 접어드니

제법 과실이 달리기 시작한다고.

 

 

 

 

 

흘려보내는 물이 너무 아까워서 연못을 만들었단다.

물고기 8마리를 사다 넣었다는데 한마리만 신나게 놀고 있었다.

나머지 7마리는 어디메 숨었는고..

 

 

 

황토밭에는 고구마를 심었는데 고라니가 오셔서 다 드셨다고..

 

 

 

지천에 널려있는 산밤도 알알이 여물고 있다.

가을에 와서 줒어가라네..

 

 

 

 

 

 

이렇게 조금씩 가꾸다 보니

부족한 부분이 점점 아쉽게 느껴진다는데

장성한 조카들이 집도 아닌 곳에

무슨 돈을 들이시느냐고 자꾸 말린단다.

그러면서도 틈만 나면 내려와 열심히 일하고 간다니

참 대견하다.

 

일주일에 3일은 충주에 내려와서

뼈빠지게 고생하며 말끔히 해놓고선 정작 집에 가있기에

고생만 하다 간다고 불평을 하셨지만,

땀흘려 일군만큼 보람도 크시단 것을 그 환한 표정에서 알 수 있었다.

 

정갈한 모습으로 아름다운 화초에 둘러쌓인 소담스런 시골집들이

얼마나 많은 노동력의 산물인지를

깊이 알게 되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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