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뜨거울 오전임에도
제법 어두워진 하늘 사이로 천둥의 울음까지 들리기에
많은 비를 기대했건만.
한 10분여나 될까..
시원스레 내리는 듯 하던 소나기는
하늘이 활짝 걷히면서 사라져 버렸지만
소나기가 전해주고 간 한줌 위로에도 한결 마음이 잦아드는 것 같다.
몇십년만의 폭염이라는 살인적인 더위에 허덕이다가
너무너무 건강했던 아들의 건강에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생기다 보니
병원을 쫒아다니며 좌불안석의 나날을 보내야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내 무릎까지 아파서
이중으로 병원을 드나들어야 했으니...
겉으론 변함없는 일상의 연속임에도
즐거운 것도 없고..
매사에 의욕도 없고..
가슴속에 납덩이가 한가득 들어앉아
자꾸만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기만 하는 기분이었다.
올 여름은 심적으로도 정말 힘들었던 시간들이었다.
그동안 씩씩하게, 즐겁게 살 수 있었던 건 가족의 힘이었노라고..
이제야 모든 것이 제대로 보이는 것 같다.
소나기가 지나간 자리에 가을내음이 묻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