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로 들어서면서 볼일이 많아지고 외출도 잦아져서 바삐 지내다가
주말에는 모처럼 편히 휴식할 수 있겠다 싶어 아무 것도 안하고 쉬려고 했는데
아무 것도 안한다고 쉬는 건 아니더라.
책을 들고 있어도 읽는 둥 마는 둥 늘어지기만 하고..
날씨가 추운 듯 하긴 했지만
잠시라도 걷고 싶어서 산책하기 편안한 서오릉으로 나갔다.
추운 날씨여서 인적도 드물겠거니 했는데 왠걸..
산책삼아 나온 사람들이 그래도 꽤 보였다.
내리쬐는 햇살은 부드럽기 그지없는데 바람이 영 쌀쌀맞아서
양 볼이 따가울 정도다.
그리하여 반 복면 차림으로 입장..
입구에 전시중인 서오릉의 겨울 풍경 사진전을 잠시 감상하고..
5월부터 10월까지는
매월 마지막 수요일에 역사산책이 있다고 하네..
깔끔하게 비워낸 나목사이로 소나무의 푸르름이 돋보이는
고즈넉하면서도 싱그러운 느낌의 산책로.
고즈넉한 길을 걷다가 만난 화사한 모습앞에서 잠시 멈춤..!
미처 떠나지 못한 지난 가을의 잎들이 바람에 나부끼며 하늘거리니
마치 나비떼가 모여든 것 같았다.
서어나무의 빈 가지 사이로 맑은 공기가 충만하다.
겨울의 서오릉에서 만날 수 있는 서어나무길의 이런 느낌이 나는 참 좋다..
대지를 덮은 소나무의 누런 낙엽 위에는 황금빛이 찰랑거리고..
오후의 햇살은 개구쟁이마냥
고요속에 머물고 있는 소나무 사이를 마구 헤집고 돌아 다녔다.
길게 드리운 그림자는 나무나 사람이나 모두가 같은 모습이라..
소나무의 정기로 에워쌓여 안온한 느낌마저 드는 곳에서
잠시 심.호.흡..
제실의 창문도 정겨워 보였다.
혹시나 해서 작년에 복수초와 할미꽃을 만난 곳을 찾아 봤더니
아직 별 기척이 없다.
그럼에도 땅 속에서는 가녀린 용트림이 있으리라..
이렇게라도 걸으니 기운이 나는 것 같다.
그간 날도 추운데다 볼일에 얽매이다 보니
스트레스 지수가 마구 올라가는 것 같았는데
알싸한 겨울바람에 머리도 정돈되고 가슴이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진정한 휴식이 된 산책.
요즈음의 뭔지모를 불편함은 자연을 멀리했던 탓일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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