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차례 지내랴..오후에 손님맞이하랴..
늦도록 분주하게 설을 보내고 뒷정리를 하던 연휴 첫날,
문득 밖을 내다보니 부슬부슬 진눈개비가 내리고 있다.
내리는 눈을 바라보면서 그냥 쉴까..조금 걸어볼까..로 잠시 갈등하다가
이내 털고 일어나 둘레길로 go~
둘레길을 걸으려면 차를 가지고 나가면 안되기에
버스를 타고 불광동 독박골에서 하차하여
구름정원길 구간의 둘레길로 접어 들었다.
진눈개비는 엄청 내리는데
바닥에 닿으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니
그 느낌도 새로웠다.
나뭇가지마다 옥구슬이 열리고..
스카이워크가 아득히 느껴지던 몽환의 산책..
자연은 어찌 이리도 섬세한건지..
마치 실에 구슬을 꿰어 놓은 것 같다.
주렁주렁 걸어 놓은 구슬목걸이가 생각나던 풍경.
솔잎에 맺힌 물방울도 얼음구슬로 변하게 하고..
어떤 나무에는 땡땡이 무늬를 입혀놨다..
산속으로 들어갈 수록 진눈개비는 눈이 되어 발밑에 쌓이고..
나뭇가지에서 떨어진 물방울은 하얀눈밭에 점점이 산화하여
흔적을 남기고..
따뜻했던 남쪽지방은 매화가 피었다던데
여기 북한산에는 빙화가 맺혔다.
안온한 소나무 숲길을 잠시 걷기도 하고..
안개에 가려 환영처럼 보이는 북한산 능선이 신비롭게 다가왔다.
이렇게 많이 걸을 생각은 안했는데 걷다보니 이왕에 내친 걸음이라..
카페베네를 목적지로 근 3시간여를 걸어서 한옥마을로 갔다.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쉬고 싶어서.
근데..빈자리가 없다네..
할 수없이 시내로 나와서 저녁밥을 먹긴 했지만
목적을 상실한 허탈감에 발길을 돌리기가 너무도 서운했다.
이젠 이곳도 조용하고 편안한 곳은 아닌 것 같다..
어제의 산책덕분에 감기기운이 있어서 온 하루를 약기운으로 비몽사몽 보냈지만
안개가 자욱한 산길을 걸으며
진눈개비가 녹아내려 영롱한 물방울이 되고,
그 물방울은 다시 구슬이 되던 자연의 경이로움을 보며
즐거웠던 산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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