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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엄나무순 따기

by bigmama 2017. 4. 29.

극구 아침식사를 준비하시겠다는 작은 형님을 말리고

동네 어귀에 있는 음식점에서 모두 함께 아침식사를 하였는데 

가까운 곳에 대영cc가 있다보니 주변에 음식점이 많고 맛도 괜찮다.

식사 후 집으로..

 

 

 

일차로 허가받은 3천평의 산을 개간하면서

나무를 잘라내고, 땅을 고르고, 길을 내고,

일하려면 쉬거나 잘곳이 있어야 겠기에 컨테이너도 가져다 놓고,

나무를 심고 텃밭을 만들고..

 

뒷산에서 흘러 내리는 물이 좋아서 작은 연못도 만드셨다는데

이젠 가을,겨울에도 채소를 키우시려고 그러는지

작년에는 없던 비닐하우스까지 떡하니 자리잡고 있다.

 

하우스를 만들며 정리된 텅 빈 앞공간에도

언젠가는 나무를 심어야 할 거라고 하시면서도 울 형님은 한숨만 폭폭..

그래도 이곳이 힐링이야..라고 말하시는 걸 보면

생전 안해보던 농사일이어서 고되고 힘들어서 그렇지 마음은 좋으신게야..

 

 

 

저 아래로는 아로니아와 블루베리,자두나무가 심겨져 있다.

먹을만큼만 심자며 나무심기를 말리는 작은형님의 등쌀에 못이겨

그나마 조금 심은거라고.

 

남의 땅 한가운데에

타인의 집 한채와 그집 묘소가 있는 건 어찌된 영문인지..

외롭지 않아서 좋다고 생각해도 되겠지만 아무리 봐도 옥의 티다.

 

 

 

아로니아는 지금 꽃몽오리를 키우고 있는 중..

작년에 내 손길이 닿은 아로니아여서 더 반가웠다.

 

 

 

고라니때문에 그물로 빙 둘러쳐진 텃밭..

작년에는 위쪽 텃밭에 있던 싹이 난 고구마와 콩을

고라니가 다 드시고 가셨다고 했다.

 

 

 

집은 지을 수 없어서 컨테이너 두칸을 붙여 놓았는데

그래도 나름 아늑하고 괜찮은 것 같다.

 

 

 

물고기가 사라진 연못 속에는 도룡뇽알 세상이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큼직한 물고기 한놈이 사라졌다고 애닯어 하시던 울 형님..

 

 

 

데크 베란다에서 더치커피를 마시며 담소는 이어졌다.

산을 깎아서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으

정말 보통일이 아니었겠다 싶었다.

 

 

 

마당의 자갈돌 틈 사이에서 피어나 한창 이쁜 민들레와도 눈맞춤하고..

 

 

 

저곳에 엄나무가 있다는데..

 

 

 

작업복으로 가져온 여벌의 옷으로 갈아 입고

모자쓰고 장갑끼고, 옆구리에 바구니 끼고,

엄나무순 따러 뒷산으로 출동~

 

 

 

이렇게 무지막지한 가시가 있는 나무가 엄나무란다.

와우...카리스마가 장난이 아니다..

나무를 모를 때는 숲을 봐도 뭐가 뭔지도 모르겠더니

이젠 눈에 확 들어 온다네.

 

 

 

엄나무가 어찌나 키가 크던지 손으로는 도저히 나무끝에 닿지도 않는다.

원래 이렇게 키가 큰건지 안잘라줘서 그런건지

암튼 완전 키다리들이다.

 

 

 

온몸을 가시로 무장하여 비장하기까지 한 외모완 달리

꽃봉오리 열리듯 피어나는 곱디 고운 잎..

 

 

 

날선 가시가 엄나무의 매서운 눈초리 같기도 했던..

 

 

 

마치 허공에 낚시대를 드리운 격이라고나 할까..

 

 

 

그러다가 이렇게 월척 성공~~

다행이 가위가 달린 쇠막대기가 있어서 도움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엄나무순 따기는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온몸을 가시로 무장하며 순을 보호하고 싶은 엄나무 마음도 알 것 같았고

엄나무순을 귀히 여기는 사람들의 마음도 알 것 같았다.

끼리끼리 모인다더니 엄나무 주변에는 왜 그리 가시나무도 많던지..

 

가시나무를 조심한다고 다녔는데도 늘 붙잡히던 내 바짓가랭이.

저녁때 보니 다리가 온통 가시에 긁힌 상처 투성이였더라.

 

 

 

가시나무와 숨바꼭질하면서 맨 끝에 달린 순만 땄는데도

이만큼이나 땄다.

(사실은 쇠막대로 딴 것을 주으러 다닌 게 더 많음.)

 

 

 

충주 시내쪽으로 나가서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

 

 

 

 

 

 

사진으로 낯익힌 야생화 뿐만 아니라

낯선 야생화도 자주 눈에 띄인다.

야생화만 보고 다녀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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