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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풀매기

by bigmama 2017. 4. 30.

맑은 햇살이 쏟아져 내리던 한낮.

점심을 먹고 돌아와 잠시 휴식한 후

완전무장을 하고 다시 아래 밭으로 나갔다.

 

모자를 눌러쓰고,

그 위에 아랍여인처럼 머플러를 니캅처럼 두르고,

엉덩이에 동그란 의자까지 꿰어 달고(이 물건은 탁월한 아이디어 같다.)

장갑끼고 호미들고..

 

 

 

 

송알송알 맺힌 블루베리꽃.

블루베리꽃도 처음 본다..

 

 

 

풀을 뽑겠다고 나섰는데 막상 둘러보니 사방이 풀밭이라..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몰라 막막하기만 한데

미처 풀을 뽑아내지 못하고 그 위로 퇴비를 뿌려놓은 블루베리를 보고

이내 쪼그리고아서 풀을 캐기 시작했다.(이런 걸 김맨다고 하나요..)

 

처음에는 같이 돋아난 쑥이 아까워서 쑥부터 뜯고 풀을 캤는데

그러다보니 영 진도가 안나가고 쑥도 제대로 뜯을 수 없어서

나중에는 호미로 모두 긁어내 버렸다.

 

흔하면 귀한지 모른다고

여기저기 더 잘자란 쑥이 지천이던걸 뭐...

 

 

 

풀을 캐버려서 말끔해진 블루베리 밑둥.

하지만 이 모습도 일주일이면 도로 무성해진다니

풀뿌리 근성은 가히 압권이다.

 

 

 

내 이렇듯 정성껏 풀을 뽑아 주었으니

잘 자라서 튼실하게 열매를 맺으라고 마음으로 응원해 주었다.

 

 

 

매화밭에는

꽃이 진 자리마다 앙징맞은 새끼매실들이 영글어 있다.

 

 

 

6월이 되면 토실토실 살오를 매실..

 

 

 

 

 

 

 

벌써 저녁식사 시간.

시골에 있으니 밥때가 금방 돌아오는 것 같다.

바베큐통 가까이 편의점용 플라스틱 식탁이 차려지고

낮에 딴 엄나무순이 살짝 데쳐져 올랐다.

 

예전에 엄나무순을 처음 맛봤을 때는 그 향긋한 맛이 별로여서

그 뒤론 먹지 않았더랬다.

마치 향수같기도 비누같기도 했던 그 향이 싫어서.

 

그러다가 형님이 엄나무순을 보내주시면서 다시 맛보게 되었는데

먹을수록 입안가득 풍겨지는 그 향긋함이 점점 좋아지니

세월따라 입맛도 달라지는가 보다.

 

 

 

 

오겹살 바베큐를 해주신다고 드럼통을 개조한 바베큐통에

장작불을 피우고 큰 석쇠를 걸었다.

노릇노릇 구워진 오겹살에 소시지와 송이의 어울림이 입맛을 돋구었다.

장작불 속에서는 은박지로 싼 고구마와 감자가 익어가고..

 

 

 

 

장작타는 냄새는 봄바람에 흘러 다니고..

텃밭에서 갓 따온 부추무침에

오겹살 구이와 와인을 곁들인 저녁만찬이 시작되었다.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이 넉넉해지던 즐거운 만찬..

 

 

 

어둠이 내려앉은 후..

별을 보려고 문밖으로 나가 하늘을 봤더니

칠흙같은 어둠속에서 밝게 빛나는 별들이 군데군데 보였다.

별들이 쏟아질 듯 있을 줄 알았는데

밤이 더 깊어지면 더 많은 별이 보였을런지..

 

혼자 어둠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두려워서 차마 마당까지 나가지 못하고

문손잡이를 붙잡고 한동안 별을 바라보았다.

그야말로 별을 헤이던 밤이었지..

 

 

 

 

이렇게 충주에서의 하루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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