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파랗고 햇살도 맑았던 휴일 낮.
따가운 햇살이 좀 성가시긴 했지만 오랜만에 둘레길 산책에 나섰다.
산길로 접어드니
아카시아의 마른 꽃잎이 나풀나풀 흩날리고 있다.
산속의 아카시아는 이미 사그라져서
향기로운 향기는 날아가 버리고
마른꽃잎이 부딪히는 건조한 내음 뿐이었다.
해마다 5월이 되면 집 뒤 주차장 근처에 있는
여러 그루의 꽤 관록있는 아카시나무에 하얗게 꽃이 피어서
이른 아침마다 달콤한 향으로 깨워주곤 했는데,
올해는 어쩐 일인지 향이 풍기지 않아서 아직 꽃이 안피었거니 했는데
이런..관리실에서 싹둑 이발을 해놓아 버린 걸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봄이면 주차된 차에 온통 꿀을 발라 놓고
가을이 되면 낙엽을 왕창 뿌려 놓으니
아닌게 아니라 성가시긴 했지만
아침마다 풍겨오던 진한 아카시아향을 걸르게 되어
어찌나 서운하던지..
정말이지 이번처럼 계절 변화에 둔감했던 적이 또 있었을라고..
아카시아꽃 즈려 밟으며 가는 길..
쉼터 벤취에 앉아 잠시 휴식하면서 사과를 먹었는데
꿀맛이었다.
사과를 먹고 있으려니 비둘기 한마리가 우리들 곁을 맴돈다.
사람곁에 가면 간식거리가 생긴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던 듯..
아몬드를 잘게 부셔서 던져 주었더니 기꺼이 다가와 정신없이 먹네.
잠시 후 또 한마리 늘었다.
농장 앞을 지나며 문득 안부가 궁금했던 친구..
텃밭은 건강하게 자란 야채가 가득한데..
친구의 집은 이미 온기가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 친구는 어디로 간걸까..
텅 빈 집을 보니 그날 마주쳤던 처연한 눈빛이 생각나서
마음이 짠했다.
어디서라도 부디 행복하게 살고 있기를..
친구가 없어진 농장은 이제 더이상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다..!
하늘은 눈 시리도록 푸르렀고..
산길따라 하얀 찔레꽃이 곱게 피어 있었다.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장사익님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숨어 우는 바람소리도 듣고..
그렇게 걷다가 만난 싱그런 아카시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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