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북악산 산책 후 못내 아쉬웠던 단풍 이야기를 나누다가
급작스레 마음이 동해 떠나게 된 단풍여행이었다.
마침 남편도 시간내기가 수월했기에
이왕 맘먹은 김에 바로 이틀 후에 출발하기로 했는데
뉴스에선 날씨가 추워지느니 금요일에 비가 오느니 하며 겁을 주었다.
울 남편 뉴스를 듣더니 내 맘을 슬쩍 떠보는데
칫~ 그런 거 다 챙기다가 언제 가겠느냐고.!!
그리하여 지금쯤이면 절정을 이룰지도 모를거라는 내장산 단풍만 믿고
목요일 아침에 내장산을 향하여 출발~~
원래는 해뜨기 전 이른 새벽에 출발하기로 했는데
전날 늦게 마신 커피때문인지 잠을 설치는 바람에
이미 해가 중천에 떠버린 9시가 넘은 시각에 느즈막히 출발하게 되었다.
뭐..집 나서면서부터 여행은 시작인 거니까..
서두르지 말고 느긋하게 가자고
경부고속도로 휴게소도 두어군데 들려 구경도 하고
천안논산 고속도로 휴게소도 두어군데 들려 구경하고
그 와중에 호남고속도로는 군데군데 공사중이라 정체와 지체를 반복..
그렇게 놀멘놀멘 달려가니 내장산 입구에 다다랐을 땐 이미 오후 두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와우~~
내장산 진입로로 들어서자 마자
과연 내장산이라는 말이 나올만큼 도로는 곱디 고운 단풍이 터널을 이루고 있었다.
놀멘놀멘 온 것이 급후회되던 순간..
무언가에 홀린다는 것..딱 이런 느낌일터..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눈이 보았고 마음이 느꼈으면 그것으로 충분한 걸..
산 밑까지 깊이 들어와 여유롭게 주차를 하고
불타오르고 있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
와..내장산에 가자고 하기를 정말 잘했다고..
오후에 도착하는 바람에 더 아름다운 단풍길을 걸을 수 있게 되었다고
자화자찬 해가면서..
그럼에도 길게 드리운 그림자에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마침 셔틀버스가 있어서 내장사까지 타고 가기로 했다.
탑승료 일 인 천원. 경로우대 무료.
십여분을 달려서 내장사 일주문 앞에 도착.
오후의 햇살이 비추는 숲은 화사한 봄날의 연속같았다.
일부러 평일을 택해 왔는데도 단풍구경하러 온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그래도 주차를 수월하게 한건 평일 덕이었을터.
마치 불꽃 속을 거니는 것만 같았다.
정혜루에서 따스한 차를 제공한다고 했지만 햇살이 이곳을 떠나기 전에
둘러봐야 했기에 아쉽지만 지나쳐야 했다.
(이제사 사진을 보며 정혜루 2층에 편안히 앉아서 차한잔 하고 올걸 그랬다고
후회아닌 후회를 합니다.)
경내 마당에 들어서며 제일 먼저 눈에 뜨이던 하트..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하트속에 머물고 싶어 했는지 하트를 이룬 단풍이 거의 바스라져 있었다.
얼마전에 대웅전 불사가 있었던 것 같다.
위풍당당해 보였지만 그 산뜻함이 왠지 낯설고 낯설어서..
약수도 한모금..물맛은 유순하고 달디 달았다.
저물어가는 가을햇살은 그 걸음이 점점 빨라져 가고
달마도를 시연하시던 스님들도 이내 자리를 떠날 채비를 하시는데
우리는 한발짝 늦어서 시연 구경을 못했다.
내장사 주변은 노란 은행잎이 소담스레 깔려 있다.
차마 밟기 아까운 노란 은행잎..
작은 실개천에는 붉은 단풍잎이 물 대신 흐르고
왕복 1시간이라기에 혹해서...이곳도 가볼까요..?
오후의 햇살을 등에 걸치고 자연탐방로 속으로 스며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