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로는 10여분 걸어 올라가다가 그냥 내려왔다.
아름다운 단풍이 어우러진 고즈넉한 길이었지만
이미 햇살이 지나간 후인데다 시간도 넉넉치 못했기에
슬렁슬렁 입구까지 걸어가면서 길목의 단풍 구경을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사실, 올라올 때 불타는 단풍을 원없이 본 것 만으로도 이미 마음은 충만했기에..
수채화를 연상시키던 풍경도 아름답고..
훗날의 재회를 기약하며 일주문을 나섰다.
일주문 앞 상점에서 간단하게 음료수로 목을 축이며 잠시 휴식하고
내장산 국립공원의 심볼이 된 우화정 앞에서 잠시 멈춤..
호수에 드리워진 고요한 반영을 보며
화려한 단풍으로 들떴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던 시간이었다.
우화정 앞 돌확 근처엔
기원의 마음을 담아 던진 수많은 동전이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
이제 셔틀버스를 타고 올라가느라 지나쳤던 풍경을 느긋하게 감상하며 걷는다.
갈길이 바빠서 포장마차는 지나가며 구경하는 것으로 끝내고
여기는 전주.
내장산 단풍 구경을 끝내고 다음 행선지를 위해 서둘러 전주로 왔다.
가보기로 했던 막걸리 골목을 일단 찾아간 후 그 근처에서 숙박할 곳을 찾기로 했는데
아무리 그 근방을 뺑뺑돌며 살펴봐도 도대체 호텔도 안보이고 모텔도 없다.
할 수없이 한 슈퍼에 들어가서
이 근처에 숙박할만한 곳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봤더니
전주병원 앞으로 가면 많이 있다네.
그리하여 전주병원 앞으로 갔는데..
병원 앞에는 그 흔한 음식점도 하나 없고 완전 노래방과 음악홀과 모텔뿐인 유흥가..
에구..이거 원..
난 처음엔 음악홀도 노래방을 칭하는 다른 말인 줄 알았다.
그래서 "여긴 왜 이렇게 노래방이 많아~" 이러면서 둘러보았는데
현란하게 춤을 추는 검은색 여인네의 영상이 간판속에서 번쩍이고
야리야리한 사진들이 걸려있는 걸 보며
이건 무슨 달세계인가 싶어서 사진까지 찍었다는.ㅋ
남성들에게 보내는 광고 문구가 참으로 자극적이다.
암튼, 그 중에 그나마 호텔이라고 써붙인 곳에 짐을 부려놓고
택시타고 막걸리 골목으로 슝..
최근에 TV프로인 <알.쓸.신.잡>에서 소개되기도 했던 막걸리 골목.
골목안에는 막걸리집이 줄줄이 늘어서 있는데
너무 많다보니 막상 어느 집을 들어가야 좋을지 몰라 머뭇거리다가
전주시 선정업소라는 글귀를 보고 이 집으로 들어갔는데..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보다가 눈에 딱! 띈 낯익은 얼굴들.
순간 그 알 수없는 안도감이라니..
우린 커플상을 주문했는데
막걸리 한 주전자에 안주는 가지각색으로 많이 나왔다.
이곳 막걸리는 걸쭉한 일반 막걸리와 달리 맑은 막걸리였다.
맛도 막걸리보단 청주에 가까운 느낌?
암튼 이 술(맑은주)은 트림도 안나오고 숙취도 없다고 했다.
어쨋거나,
연이어 나오는 음식이 한상에 다 올라가지 않아서 쌓아놓고 먹었다는.
맑은주 두잔에 기분은 알딸딸해지고..
덕분에 내가 코까지 골며 잠을 잤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