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책,산행 이야기

봄비 맞으며 산행

by bigmama 2018. 3. 6.

봄비가 한 두방울씩 내리기 시작하던 휴일 오후.

산에 간다고 나서는 남편을 따라 오랜만에 뒷산에 올랐다.

우중의 산행이 얼마나 몽환적인지를 익히 알고 있기에

비야 비야 더 내려라...맘속으로 기도하며..

 

 

 

 

산 입구 가까이 있는 카페 <더 피아노>

산행 후에 이곳 야외정원에 올라가서 따뜻한 커피 한잔 마시기로 했는데..

 

 

 

 

에구..클로즈..

3월까지 휴업한다고..

어쩐지..주변이 널럴하다 했다.

 

 

 

 

오늘은 대성문까지 올라가기로 하고 출발~

 

 

 

 

아직은 겨울의 모습이지만

나목의 잔가지들이 많이 부드러워 보였다.

 

 

 

 

푸르른 소나무가 있어 썰렁하지 않고 외롭지 않아 보였다.

 

 

 

 

머루교를 지나고..

 

 

 

 

계곡마다 남아 있는 하얀 얼음도 부드러움을 품었다.

 

 

 

 

까마귀 한마리가 노래를 부르는데

어찌나 성량이 풍부하던지 귀가 따가워서..

까마귀는 그러거나 말거나 한동안 그렇게 꺼이꺼이 목놓아 노래를 불렀다.

 

 

 

 

산 위로 올라갈 수록 빗방울도 점점 굵어졌다.

눈물모아 되신 듯 맑고 고운 님..

 

 

 

 

굳세게 제 모습을 지키던 잔설도

보드랍고 가녀린 봄비의 손길에는 그만 속수무책으로 녹아 내리는데..

 

 

 

 

일선사가 가까워 질수록 점점 짙게 드리워지는 몽환속 세상..

안개는 숲 깊숙히 들어와

아직도 동면중인 나무들을 조심스레 깨우고 있다.

 

 

 

 

 

 

 

안개를 가르 일선사에 도착.

 

 

 

 

일선사에서 내려다 본 세상은 안개에 가려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안개가 마치 벽처럼 느껴졌다.

 

일선사에서 대성문으로 오르는 길로 접어드니

봄비와 빙판이 만난 산길이 반짝반짝 윤이 났다. 

잠시 갈등하다가 더 오르는건 포기..!

 

오래전 딱 이맘 때 이 코스로 하산하다가 살얼음판에 미끄러지면서

팔꿈치가 부러졌던 공포스런 기억이 있기에..

그 기억은 나에겐 트라우마가 되었다.

 

 

 

 

노란 단풍이 안개속에서 봄꽃처럼 보이고

 

  

 

하산하면서 안개와 함께 담기고 싶은 마음에 셀카 한장~ㅎ

 

 

 

 

산속을 휘감고 있는 안개는

무반주 첼로곡처럼 내 영혼을 휘감으며 가슴 깊숙이 파고 들었다..

 

 

 

 

저멀리 북악산 팔각정이 안개속에 희미하게 보이고..

 

 

 

 

얼음장 밑으로 졸졸졸 흐르는 계곡물소리는 봄을 부르는 노래처럼 들렸다.

 

 

 

 

 

 

 

혹독한 추위를 견딘 소나무도

온몸에 푸른물을 퍼올리며 봄을 준비하고 있는 듯

푸른 빛이 더욱 푸르러 보였다.

 

 

 

 

 

 

 

하산 후..

동네는 감미롭던 봄비의 흔적도 없고 온몸을 휘감던 안개도 없이 말끔하다.

그런 모습이 순간 어찌나 생경하게 느껴지던지..

어즈버 꿈이었던가 싶던 안개속 산행..

 

 

 

 

 

 

'산책,산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벚꽃 엔딩  (0) 2018.04.15
북한산의 봄  (0) 2018.04.01
서오릉   (0) 2018.02.22
동장군과 함께 서오릉 산책  (0) 2017.12.17
눈구경하려고 갔더니..  (0) 2017.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