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헤어지고 귀가하던 길에
버스 정류장 근처에 있는 조계사에 들렀다.
복잡한 도심 한가운데 있는 조계사는
지나는 걸음들이 잠시 쉬어가는 휴식공간이 된지 오래다.
마치 투명인간이 되어 벽을 뚫고 딴 세상으로 들어간 것 처럼
순간 맞딱뜨린 고즈넉함 속에서 숨을 고르게 되는 곳..
늦은 오후의 햇살에 그림자도 길게 누운 경내 마당에 들어서니
바삐 움직이던 두발도 길어진 호흡과 함께
비로소 휴식 모드가 되었다.
대웅전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하얀 연등을 볼때면 늘 떠오르는 엄마..아버지..
마음을 바로잡는 것이 행복의 근원이라고 했던가..
저 나무처럼..
끊임없는 바람에 흔들림이 안쓰러워 보이던 촛불..
그럼에도 용케도 잘 견뎠다.
숨도 고르고..
마음결도 빗질하고..
다시 세상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