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가을.
산행을 하다가 잠시 쉬고 있을 쯤이면
가벼운 바람결에 나뭇잎들은 우수수 춤을 추고
그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툭,툭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등산로 곳곳에는 도토리를 사수하기 위한 애닯은 하소연들이
하나,둘 내걸리고...
며칠 전,오후에 슬슬 오르는 산행 중에
중년 남녀 대여섯 분의 일행과 마주쳤었다.
한 남성이 제법 높은 산밤 나무에 올라타고 앉아 스틱으로 모질게 후려쳐내면
밑에서 고개를 쳐들고 기다리던 아낙 두 셋은 좋아라~ 산밤 줍기에 희희낙락.
채 여물지도 않아 보이더구만..
몇 알 안 되는 산밤이 투둑! 떨어지고
버팅 길 힘이 없는 잔 가지는 여지없이 뚝!부러져 내리고
만신창이가 된 잎새는 한 잎, 두 잎, 등산로에 날린다.
지나치며 한 소리 내뱉으려다가
에혀~~ 피차 간에 즐거운 마음으로 산을 찾아온 신세들인데
굳이 거북스런 맘을 전하고 받게 하랴 싶어 그냥 지나쳤다.
주인없는 산밤 나무가 고초를 겪기도 하는 가을이다.
몇 해 전에
남들이 하도 열심히 줏어 대는 도토리를 보고는
나 역시 은근 욕심이 발동하여
걷는 와중에도 등산로 주변을 탐색하며
떨어진 도토리를 한알 두알 줏어 모은 적이 있었다.
나도 진짜 도토리묵을 한번 만들어보는거야...ㅎ
남편은 그냥 놔두라고 했지만
남들처럼 출입금지 구역에 들어가서 숲을 헤쳐가며 줍는 것도 아니고
스틱으로 갈참나무를 후려쳐 가며 떨구는 것도 아니고
바람에 속아서 톡! 떨어져 버린 아둔한 도토리만 줍겠다는데,
등산로에 뒹굴며 내 눈에 띈 도토리만 줍는 건데 뭐 어때??하며 신나라~ 줏었다.
그렇게 몇 번을 줏어 날랐더니 한바가지가 될까말까..
적어도 묵 한모는 만들 수 있겠지..흐뭇해하며
내딴엔 묵을 만들어보겠다고, 들은 건 있어서 베란다에 내놓고 햇볕에 쨍쨍 말렸지만
결과는?... 묵도 만들지 못하고 뒹굴뒹굴 굴리다가 그냥 버렸다.
처음이라 그 과정이 얼마나 복잡하게 느껴지던지(껍질까고 등등)
줏을 때의 마음과는 달리 엄청난 압박이...에혀~~
울 남편왈~ 그것 봐!다람쥐나 먹게 놔두지 않고는...쯧,쯧...
나중에 친구들에게 말했더니 박장대소하더라.
고것가지고는 묵 절대 못쑨다네?
도토리 양이 최소한 어느 정도가 되야 묵을 만들 수 있는지를 그 때 알게됐다.
그 뒤론 절대 도토리에 욕심을 갖지 않는다.
만약에 묵을 쓸 줄 알아도 도토리에 무심할 수있겠냐고 묻는이가 있다면?..
글쎄...그건 잘 모르겠다.ㅎ~
이제 서서히... 도토리를 채취하기 위한 아저씨,아줌마들의
은밀하고 조심스런 행보도 잦을것인데
집에서 추억을 되새기며 손수 한,두모 만들어 먹는거야
새로운 추억 만들기로 흐뭇함일수도 있겠지만
영업하기 위해 온 산을 뒤져서 도토리를 싹쓸이하는 행위는
조금은 자제하는게 좋지 않을까?...
아~ 결실의 계절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