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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배려하는 마음

by bigmama 2009. 8. 6.

 

그랜드캐년의 사진을 들여다 보고 있자니

그 곳에서 겪었던 짧은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단체관광을 하는 우리로서는 약속된 시간을 지키려면 발빠르게 움직여야 하기에

조금이라도 빨리 가서 단 몇분이라도 더 구경하고싶은 조급한 마음들이었다.

그랜드캐년 입구에서부터 전망대까지는 길이 꽤 되는터라 부지런히 걸음을 옮기는데

내 앞에 노부부가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백발이 고운 백인부부였는데

할머니가 건강이 조금 안좋으신듯 걸음걸이가 그리 가벼워보이진 않았다.

 

뭐~ 늘상 하던데로

옆으로 비켜났다가 바로 그들 앞으로 나아갔는데...

 

뒤에서 이런 소리가 들렸다.

"excuse me~"

나에게 하는 소리같아서 뒤를 돌아다 보았더니

백발의 그 고운 할머니가

미안하다면서...내가 몸이 안좋아서 빨리 걸을 수가 없었다면서

오히려 나에게 미안하다고 하지 않는가!

 

갑자기 머리를 한 대 맞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리곤 이젠 내가 어쩔줄을 모르겠더라...

 

그 뒤에 내가 그분들에게 뭐라고 말을 하긴했는데 기억이 안난다.

그 순간 너무 당황스러웠고 챙피해서...

아마도 "제가 미안했습니다.."라고 했겠지.

 

그랜드캐년의 장엄하고 광활한 모습을 보면서도

그 노부부의 얼굴이 자꾸 눈에 아른거렸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선진국이어서

그래서 국민들의 문화와 의식수준이 월등히 높아서였는지

타인을 배려하는 한 할머니 개인의 성품때문이었거나,

아니면 대륙인다운 넓은 마음때문이었는지...?

아마도 위에 열거한  모두의 결과가 아니었을까?

 

좁디좁은 땅덩이 안에서 부딪치고 엮이고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살아오느라

옆을,앞을,뒤를 생각지 못하는 우리네 마음이

드넓고 광활한 대지에서 사는 그들보다 여유롭지 않은건 인정하니까.

 

여유롭자고 떠난 여행에서도 심히 조급함을 내보인 내게

그 노부부는 꽤 오랜시간 동안 내 뇌리에 남아 있었는데...

어느덧 다 잊고 있었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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