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글거리는 삼복 무더위를 겪으며 아로니아를 생각했다.
이제 아로니아도 딸 때가 됐구나 싶으니
올해도 작은 형님의 충주 시골집에 가야겠구나 생각은 하면서도,
매해 충주 나들이 후 피부 알러지와 풀독으로
근 한달여씩을 고생한 기억이 역력했기에 한편 주저스럽기도 했는데..
날씨가 너무 더우니 올해는 충주에 오지 말라고 하시면서
혼자 틈틈히 따놓으신 아로니아에서 우리 몫을 챙겨놨다며
작은 형님이 연락을 주셨다.
에구..이 더위에 이리도 황송할 데가 있나..
다음날 일산 형님 댁으로 달려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정성스레 챙겨 놓으신 아로니아를 받아들고 일찌감치 일어섰다.
이왕 이곳까지 온김에 호수공원이라도 조금 걸어야겠다 싶은
내 꿍꿍이 속이 있었거등..
호수공원으로 가는 길.
형님네 아파트에서 5분만 걸으면
호수공원에 당도하니 이 얼마나 좋은지..
오후 4시가 가까운 시각.
태양 빛에 달구어진 광장은 열기를 훅훅 내뱉고 있었다.
드넓은 광장은 호젓하기만 하고..
산책로로 들어서자
그래도 산책하는 사람들이 간간히 보였다.
이곳에 오면 늘 찾았던 메타세콰이아 길.
늘씬늘씬한 메타세콰이아가 줄나래비 서있는
이 길을 걸을때면 늘 기분이 좋았다.
시원함이 느껴지던 그늘.
무리지어 피어 있는 범부채꽃도 만나고~
선인장 전시관 앞을 지나다 슬쩍 드려다 보기.
열려진 창문 안을 드려다 보니 후끈한 열기가 얼굴을 덮쳤다.
제 고향같은 날씨에 물이 한창 오를대로 오른 싱싱한 모습을 상상했는데
의외로 선인장들은 기운없이 초췌한 모습이었다.
선인장에게도 요즘의 날씨는 많이 힘겨웠던 듯..
비비추가 안내하는 길을 걷다가~
산책로 바깥 풍경도 유심히 구경하다가~
맥문동의 보랏빛 물결이 일렁이는 길을 걷다가..
그대 모습~은 보랏~빛 처~럼 살며시 다가왔지..
노래도 흥얼거리면서.
소박한 모습의 목조건물에 내걸린 <아메리카노 커피> 글자의 정겨움..!
둘러진 펜스에는 재밌는 설화가 끝없이 걸려 있었다.
이건 공양왕이 이성계 군사들에게 압송되는 빌미가 되버린
공양왕이 아끼던 삽살개 이야기.
이건 덕양구 효자동의 유래가 된 설화.
시간도 넉넉하고 날씨가 무덥지 않았다면
펜스에 내걸린 설화를 다 훓어봐도 좋았을 일이다.
아..좋아...
드디어 터널 쉼터에 도착.
이쯤이면 호수공원 반바퀴는 걸은 셈이다.
이곳에서 턴~
호숫가를 맴도는 바람에도 열기가 느껴졌다.
눈은 참 시원하더구만..!
때 늦은 연꽃 한송이..
호수공원에서 챙긴 선물..
분수대에서 물놀이 하던 아이들이 너무너무 부러웠다.
올해는 아로니아가 씨알이 무척 굵었다.
이런 아로니아를 가족들 먹을 것만 챙기고 그냥 나무에 그대로 내버려 두셨다는데
일년 내 키운 정성을 생각하면 너무 아까운 것 같다.
아로니아는 깨끗하게 씻고 꼭지도 다 따서
냉동칸에 차곡차곡 넣어 두었다.
올 한해 우리가 일용할 자연의 에너지 담긴 양식거리 아로니아.
감사해요 형님..
잘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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