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비가 내리지 않은 아침을 맞았다.
습도가 높은 탓에 공기는 후덥지근해도
밖에는 이름 모를 새들이 지저귀고
매미도 소리높여 노래를 부르니
평온한 아침의 일상이 행복으로 다가온다.
장맛비가 연일 내리는 와중에도 잠깐씩의 틈새를 노려
산책길에 나서곤 했는데
굳게 닫혔던 서오릉이 문을 열었다기에 오랜만에 서오릉을 찾아갔더랬다.
서오릉에 입장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네.
오다 말다 내리던 비가 그치니
하늘엔 하얀 구름이 피어 오르고..
하이~ 임금님!
동안 잘 지내셨나요?
서오릉 산책로에는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안내문이
군데군데 걸려 있다.
사회와의 거리두기로 눈에 보이지 않는 족쇄가 채워진 일상..
"우리가 들짐승도 아닌데
언제까지 맨날 산과 들만 헤매고 다니며 살 수 있겠냐"던
지인의 말이 생각나 피식 웃음이 났다.
그래서 오늘은 서오릉을 간다오..!
아참, 넌 긴 장마가 좋았겠구나..
비가 개이니 그 틈새를 노려
산책 나온 사람들이 꽤 많았다.
갈 곳 없는 도시민들에게는 산과 들도 호사라는 걸.
새로운 생명체들이 움튼 세상.
긴 장마는 모든 생명체들에게
힘겨운 시간이었을 줄 알았는데
눈에 잘 뜨이지도 않았던 버섯 군단들이 그사이 서오릉을 접수했더라니.
경릉을 지나고,
난생 첨 보는 버섯들이 정말 많았다.
비가 많이 내려서 날벌레가 없을 줄 알았는데
어디 메서 날아왔는지 날벌레 한 무리가 눈 앞에서 일렁거리고..
굶주린 모기는 반갑다고 달려들고..
날은 습하고 더운데도 어쩔 수 없이 온몸을 꽁꽁 싸매야 했다.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토시용 긴 장갑을 끼고,
반바지를 입은 다리는 할 수 없이 모기에게 보시.
에효.. 몇 방을 물렸는지..
비가 그치니 나비의 날갯짓이 바쁘다.
그 흔한 개망초도 별로 없는 서오릉에서
용케 꽃 찾은 나비.
무리지어 핀 고사리가 이렇게 이쁜 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산책을 끝내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한바탕 장대비가 주룩주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