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까지도 이어지는 긴 긴 장마철.
소나기 같은 비가 내리다 그치다를 반복하다가
오후 들어서야 조금씩 잦아들기에
싱그런 산 냄새를 맡으러 무작정 북한산 곁으로 달려갔다.
산은 호우주의보로 출입이 통제되었으니
삼천사라도 다녀오자고!
산 입구에 <입산통제>라는 안내판이 서있었지만
우린 삼천사에 가는 거니까 통과~!
아스팔트가 깔린 새로 난 길을 외면하고
삼천사로 올라가는 옛길로 접어들었다.
북한산 계곡의 무허가 건축물들은 모두 철거되었는데
계곡 입구에 있는 예스런 모습의 음식점들은 사유지에 있어서
오롯하게 남은 것 같다.
오다 말다 하던 비는 계곡에서 힘차게 흐르고.
폭우가 쓸어버린 산길은 순전 돌멩이 투성이었다.
삼천사 입구.
미타교를 건너며 세속을 벗어난다.
콸콸콸 흐르는 계곡 물소리가 가슴속을 훑어 내는 것 같았다.
소금강 계곡이 부럽지 않던 풍경!
여행 온 기분으로 사진도 찰칵~!
물소리는 요란한데
인적 없는 경내는 고즈넉하기만 하고,
삼천사는 신라 문무왕 때 원효대사가 開山하였다고
소개글에 적혀있다.
그 옛날에는 삼천 명의 승려들이 수도했을 정도로
번창했던 사찰이라서
삼천사라는 이름도 이 숫자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측한다고 함.
우리를 반기는 용의 표정이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한 표정과 닮았다.
용과 함께 바라본 북한산 봉우리.
관세음보살님의 자애로운 모습에 마음도 푸근해지고..
지난번에 왔을 때는 한창 가림막을 치고 불사가 한창이었는데
이젠 말끔하게 단장을 끝냈다.
비구니 스님들이 머무시는 사찰답게
단정하면서도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모습이
마치 야외 갤러리를 거니는 기분이었다.
삼천사 대웅전.
법당에 들어가 오랜만에 삼배를 올리고..
세존 사리보탑.
보물로 지정된 마애여래 석불.
통일신라 말이나 고려시대 초기에 조성된 불상이라고 한다.
나의 인연들이 모두 무탈하게 해 주세요..
대웅전 한 바퀴 돌아보고 내려가는 길.
잠잠했던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하고..
이 해탈문으로 들어가 탑을 세 바퀴 돌아야 하는데
비에 쫓겨 해탈문도 넘지 못했다.
먹구름이 잔뜩 몰려들고 있었지만
저 문 너머가 궁금하니 안 드려다 볼 수가 없지.
이곳에는 12 지상이 도열해 있었는데
확 트인 전망이 아주 좋았다.
서둘러 내려가는 길.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고..
계곡물은 더욱 힘차게 달렸다.
이날 밤에 내린 비로
경기도 일원이 아수라장이 되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