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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香..文響..

21,봄- 광화문 글판

by bigmama 2021. 4. 29.

 

 

 

광화문 광장을 지나갈 때면 습관처럼 늘 글판을 찾게 되는데

며칠 전에 광장을 지나가다 보니

글판의 글이 바뀌어 있었다.

 

마침 정지신호에 걸린 틈에

글판을 찍었는데

작년에 이발한 가로수가 그새 훌쩍 커버려서 글판을 가렸다.

 

난 글판에 새로 올려진 글을 보면

어느 시인의, 어떤 시에서 발췌한 문구인지가 제일 궁금했고,

새로운 시의 원문을 찾아 읽어보는 것이

즐거운 일이 되었다.

 

지키는 일이다.. 지켜보는 일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21년 봄,

교보 글판에 걸린 글은

전봉건 님의 <사랑>에서 가져온 싯구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열매가 맺지 않는 과목은 뿌리째 뽑고

그 뿌리를 썩힌 흙 속의 해충은 모조리 잡고

그리고 새 묘목을 심기 위해서

깊이 파헤쳐 내 두 손의 땀을 섞은 흙

그 흙을 깨끗하게 실하게 하는 일이다.

 

그리고

아무리 모진 비바람이 삼킨 어둠이어도

바위 속보다도 어두운 밤이어도

그 어둠 그 밤을 새워서 지키는 일이다.

훤한 새벽 햇살이 퍼질 때까지

그 햇살을 뚫고 마침내 새 과목이

샘물 같은 그런 빛 뿌리면서 솟을 때까지

지키는 일이다. 지켜보는 일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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