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마지막 수요일.
그동안 인원 제한 때문에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드디어 만났다.
아직 확진자수가 2천여 명을 훌쩍 넘어서
결코 안심할 수준은 아니지만
내일 또다시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시기이기에
법적으로도 인정되는 만남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식사 후 예술의 전당으로 자리를 옮길 생각으로
가까이 있는 서초동의 대나무골에서 5명이 만나
대롱밥으로 점심 식사.
음식점에 손님이 많은 건 아니었지만
맘 편히 이야기 나눌 분위기는 아니었다.
식사 후 바로 음식점에서 나와
예술의 전당으로 go~!
어젯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음식점에 도착할 때까지도 계속 흩뿌렸는데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비가 그쳤다.
노랗게 익은 감이 달려있는 감나무.
스페인 거리에서 보았던 오렌지 나무가 생각나던 풍경..
예술의 전당을 찾은 건
주차가 편한 데다
여유로운 공간이 있는 카페가 있어서이다.
요즘 같은 때 좁은 실내에서 머물기에는
맘이 편치 않으니.
우리의 목적지인 모차르트 카페.
어쩌다 예술의 전당에 올 때마다 둘러보았어도
자리가 없어서 허탕 치기 일쑤였는데
오늘은 용케도 자리가 남아있다.
활짝 열어젖힌 창밖에는
은근한 가을 내음이 솔솔 풍기고,
오랜만에 마주하니 더 애틋하게 느껴지던 친구들..
소소한 일상 이야기 속에 스며있던
따뜻한 위로와 공감은
비워진 마음을 꼭 맞게 채워놓는다.
바쁜 일이 있다는 친구를 먼저 보내고
남은 3명은 광장에서 좀 더 놀다 가기로 했다.
대형 모니터를 마주 보고 있는 벤치에 앉으니
마치 야외 음악회에 와 있는 기분..!
비 그친 후 차분해진 날씨는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유치원생 마냥 나란히 앉아 음악회 관람.
정명훈이 지휘하는 관현악단의 연주와,
내 영혼을 흔들던 천상의 목소리.
고요한 품속에 잠기게 하던 음악은
잠깐의 휴식 시간을 행복하게 해주었다.
광장을 적셨던 빗물도 그새 뽀송뽀송 마르고,
퇴근시간이 되기 전에 서둘러 귀가.
친구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는 길.
마치 우리들의 만남을 보호해주기라도 했던 듯이
귀갓길에 오르니
그쳤던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