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몇 차례 눈이 내렸어도
소리 없이 왔다가 슬그머니 사라지곤 했기에,
동장군의 기세가 등등하던 날
북한산성으로 눈 찾아 나섰다.
그럼요.. 그럼요..
양지바른 곳은
눈 내린 흔적도 없이 말끔한 모습이었지만
발밑에서 느껴지는 눈의 감촉은 오감을 자극했다.
뽀드득.. 뽀드득..
눈과의 밀어를 즐기며 걷는 길.
계곡은 얼어붙었어도
얼음 밑으로 흐르는 청아한 물소리에
귀가 맑아지는 것 같은 느낌..!
또랑또랑한 물소리는 마치 생명의 소리 같았다.
산을 오를수록
겹겹이 입고 간 옷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져 한 겹 걷어내니
날아갈 듯 가볍다.
오롯이 남겨진 갈색 추억들이
텅 빈 산을 점점이 메꾸고..
눈과의 행복한 밀어는 계속 ing~.
가슴 밑바닥까지 닿은 깊은 호흡은
또 다른 희열이 되고,
느닷없이 맞닥뜨린 늦가을 풍경 앞에서는
지난 계절의 자취를 음미하며
잠시 센티멘탈에 빠지기도 했다.
산영루.
고목 숲 속에서 나그네 발걸음을 멈추면
어지런 물결이 석양 저문 산을 울린다.
예부터 명승지로 알려진 이 정자에 올라,
꽃 난간 기대서니 편히 돌아가길 잊게 되네.
- 추사 김정희 -
꽁꽁 얼어붙은 계곡은 언제나 녹을까..
이렇게 우리는,
매 순간 사소한 기대로 산다는 걸..!
오늘 산행은 양지바른 중흥사 앞뜰까지.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바라본 고요 속의 북한산은
차고 맑은 기운으로 가득했다.
쉼은 고갈된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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